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취임(7월27일) 뒤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어 남북관계 등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9일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정세 변화의 큰 변곡점”이라며 “정세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인영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진행한 취임(7월27일) 뒤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북쪽이 신중하고 현명하고, 유연하게 전환의 시기에 대처해나오길 기대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장관은 “미국에서 새 행정부가 들어서 대북정책이 수립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소요돼 동북아 정세에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지만, 역설적으로 남북이 평화를 이룰 기회의 공간이 더 크게 열릴 수도 있다”며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남북이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신뢰를 만든다면 계속해서 이어질 더 좋은 정세 흐름을 우리가 함께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을 만나 “군사훈련이 줄어드는 만큼 평화와 대화의 가능성이 늘어나는 걸로 볼 수 있어 그런 쪽을 더 희망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초기 북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핵심 가늠자로 꼽히는 내년 봄 한-미 연례군사연습의 ‘축소’ 또는 ‘취소’를 바란다는 얘기여서 주목된다.
이 고위당국자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정책의) 불일치가 있을 수 있어 중간에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그게 한국 정부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대선이 끝났으니 북쪽도 판단을 할텐데 어떤 판단을 할지는 우리 하기 나름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그러고는 “첫째 우리가 미국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어느 정도 가능성까지 공감대를 이루느냐, 둘째 우리가 남북의 협력과 대화의 폭을 어디까지 만들어내고 작동시키려 하느냐가 특히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바이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의 강력한 지지자였다”며, 바이든 행정부 시기가 네 차례의 북핵 실험으로 얼룩진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보다는 특사를 교환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클린턴 3기’에 더 가까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고위당국자는 “(북쪽의 앞으로 행보에는) 주체의 의지 못지 않게 객관적 상황도 중요하다”며 “올해 연말과 내년 초 (북쪽도) 대화와 협력을 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요인이 증대돼 나가리라 본다”고 말했다. 연말연초에 ‘대화와 협력’의 기회가 오리라는 전망이다. 그는 “북쪽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대부분 봉쇄하고 있는데 계속 닫고 있어선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으니 언제 얼마나 푸느냐도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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