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1일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지난 14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은 4·27 판문점 선언 2조 1항의 법적 이행이자 지난 6월 남북관계를 뒤흔들어놓은 ‘대북전단 사태’의 공식 종결 성격을 지닌다.
“2018년 5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 중지, 그 수단 철폐”를 약속한 4·27 판문점 선언 2조 1항의 법적 이행에 2년8개월이 걸렸다. 기존 ‘남북관계발전법’에 일부 조항을 추가한 이 개정 법률을 흔히 ‘대북전단금지법’이라 부르는 까닭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국민의힘 등의 거센 반대에도 이번 입법으로 ‘남북 정상 합의 이행 의지’를 담은 강력한 신호를 발신해, 내년 1월 조선노동당 8차 대회를 앞둔 김정은 국무위원장한테 ‘화답’을 주문한 셈이다.
이 법은 국내 법률 가운데 처음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처벌 조항도 갖췄다. 지금까지는 대북전단 단속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진 ‘남북교류협력법’ ‘항공안전법’ ‘공유수면법’ 등 입법 목적이 전혀 다른 법률로 규율해 실효성과 법적 정당성 논란이 있었다.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이남) 민간인통제선 이북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대북 시각매개물 게시” 또는 “전단 등”(전단, 광고선전물·인쇄물·보조기억장치 등 물품, 금전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하는 행위로,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다(4조·24조).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25조 1항). 통일부 장관은 금지 행위 예방을 위해 “중앙행정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24조 2항).
지난 6월16일 오후 2시50분께 북쪽 당국에 의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이 폭파되는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북전단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고 법적 논란을 해소해 대북전단을 문제 삼은 북쪽의 고사포 총격(2014년 10월10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폭파(2020년 6월16일)와 같은 우발적 군사 충돌의 불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입법 행위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접경 주민의 생명·안전을 지키려는 조처이자 남북 합의를 이행하고자 하는 또 다른 노력의 하나”라며 환영했다. 앞서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와 지역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 중단과 규제법 제정을 촉구하는 건의문과 국민청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 6월17일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집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국민의힘과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일부 탈북민 단체 등은 이 법을 “김여정 하명법”이라 부르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앙일보>는 “한국 드라마 USB(기억저장장치)·쌀 북·중 국경서 줘도 불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5일치 1면 머리로 내보냈다. 하지만 이는 오해이거나 왜곡이다. 이 법은 위반행위 처벌 지역을 “군사분계선 일대”(민간인통제선 이북지역)로 한정했다. 통일부는 “제3국을 통해 물품을 단순 전달하는 행위는 이 개정안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했다.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쌀 등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편, 미국 공화당 소속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이 지난 11일 개인 성명에서 공언한 대로 이 법을 문제 삼는 의회 청문회가 열린다면, 한-미 간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법률 개정안은 접경지역 거주 주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우리 정부의 원칙적 입장을 기본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소통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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