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독립피디 조천현 작가
최근 <탈북자>를 펴낸 조천현 독립피디. 김보근 선임기자
최근 취재 기록 모아 ‘탈북자’ 출간 “한국행 바라는 탈북자 절반 안 돼
상당수는 ‘아메리칸드림’ 교포처럼
중 체류나 돈 벌어 북 귀환 희망
‘기획 탈북’ 최대 피해자는 탈북자” 조 피디는 2014년 연길시에서 만난 박경화(가명·68살·함북 온성) 할머니도 “근데 죄짓고 나온 사람, 가면 처벌 받을 사람은 (북한) 가자는 소리 못 해도 우리네처럼 이렇게 들어온 사람은 돈만 빨리 벌어 가지고 간다”고 말하는 등 인터뷰를 했던 상당수의 ‘탈북자’들이 ‘돈 벌어 고향 간다’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마치 197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찾아 미국에 간 한국인이나, 1990년대 코리안 드림을 찾아 한국에 온 조선족 동포들을 연상하게 하는 발언이다. 조 피디는 또 2005년 중국 훈춘에서 만난 김영미(가명·33살·함북 새별)씨의 경우 “중국에서 잘사는 게 한국에서 못사는 것보다 낫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조선족 남편과 사이에 5살 아들을 두고 있었다. 당시 김씨의 남편은 한국에 돈 벌러 간 상태였고, 김씨는 남편이 부쳐준 돈으로 중국 국적도 만들었다. 조 피디는 “일부 브로커·엔지오·선교단체가 ‘일부 탈북자의 남한행’을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기획하거나 확대하고, 이를 한국과 일본 등의 극우·보수 언론이 받아쓰거나 혹은 함께 기획하면서 탈북자 문제가 정도를 벗어나게 됐다”고 진단한다. 이런 행동들의 1차 피해자는 결국 탈북자들이다. 기획탈북 사건이 일어나면 북중 국경의 경계가 강화되는 등 중국에 남고 싶어 하거나 북한에 돌아가고자 하는 탈북자들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탈북자 신화’를 이용해 일부 탈북자나 엔지오·선교단체들은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조 피디는 대표적 사례로 2008년 대법원에서 사기 판결을 받은 예량선교회 사건을 소개한다. 이 선교회는 2000년대 초부터 ‘죽음을 각오한 북한 선교’, ‘북한 주민들의 순교와 탈북’ 등을 소재로 인터넷에 글을 올려 후원금 20여억원을 모아 가로챘다. 하지만, 2006년 신도에 의해 고발돼 재판을 받으면서 그가 올린 글의 대다수가 거짓임이 밝혀졌다. 조 피디는 궁극적으로는 ‘탈북자 신화’와 이를 이용한 정치적 활동의 피해자가 남북한 국민 모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탈북자 신화 만들기’와 관련된 상당수 활동이 북한을 ‘악마화’하는 데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는 “남한에 오고자 하는 탈북자는 가급적 조용히 오는 게 최선”이라며 “한국이나 국제사회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탈북자 문제에 개입할수록 분단을 더 고착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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