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KAI·한국항공항공우주산업) 사천공장에서 2021년 상반기 시험 비행을 앞두고 한국형 전투기(KF-X)의 최종 조립이 한장이다. 출처 카이 누리집.
인도네시아가 F-15EX와 라팔 전투기 등의 구매 계획을 밝힘에 따라, 한국형 전투기 (KF-X) 개발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파자르 파르세티오 인도네시아 공군참모총장은 최근 군 연례 수뇌부 회의에서 올해부터 2024년까지 다양한 현대식 방위장비를 갖출 계획이며 여기에는 미국의 F-15EX와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고 일간 콤파스 등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또 단계적으로 도입할 방위장비 중에는 F-15EX와 라팔 이외에 급유기, 수송기, 중고도 장거리무인기 등이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인도네시아가 이처럼 방위력 증강을 이유로 외국 전투기 등의 도입을 추진하면서 정작 한국과 지분 참여를 합의한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의 분담금 지급은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인도네시아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의 비용 20%에 해당하는 1조7619억원을 단계별로 분담하기로 했으나 2월까지 내야 할 8316억원 가운데 2272억원만 내고 6044억원을 미납한 상태이다. 2026년까지 한국형 전투기 개발이 완료되면, 인도네시아는 지분 참여의 대가로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넘겨받아 48대를 현지 생산한다.
인도네시아가 분담금 지급을 미루는 배경은 분명하지 않다. 군 안팎에서는 개발 중인 한국형 전투기의 핵심 기술이 대부분 미국과 관련돼 있어 기술 이전이 어려운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강은호 방사청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서로 입장 타진 등이 계속 되고 있다.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일정 시기가 되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이번에도 인도네시아의 F-15EX 등의 구매 계획에 따라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적극 해명에 나섰다. 방사청은 입장 자료를 내어 “인도네시아의 F-15EX와 라팔 도입 계획은 기존에 추진하던 인도네시아 공군의 전력공백 또는 보강을 위한 활동으로 한국형 전투기 공동개발과는 별도의 사안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인도네시아측은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의 지속 참여 의지를 표명한 바 있으며 양국은 수차례 실무 협의를 통해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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