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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세계적 혁신기업가들 ‘초청’ 권합니다”

등록 2021-02-22 19:56수정 2021-02-23 02:38

[짬] 북한경제 전문가 유영구씨

북한 전문기자 출신인 유영구 전 현대사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16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자신의 역저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북한 전문기자 출신인 유영구 전 현대사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16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자신의 역저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북한 경제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남한 정부가 올바른 대북정책을 펴고, 기업들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유영구(62) 전 현대사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펴낸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1·2권, 경인출판사)을 집필한 이유를 이렇게 요약했다. 두 권 합해 14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1945년 김일성 주석의 경제정책에서 2020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제전략까지 다룬 시간적 범위 등을 생각하면 필자를 전업 북한연구자로 여기게 된다. 하지만, 유 전 이사장은 한양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중소문제연구소 연구원(1985~89), <중앙일보> 북한전문기자(1989~2002)를 끝으로 ‘전업의 시대’를 마감했다.

그뒤 개인 사업을 하면서도 그는 북한의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 애써왔다. 남북이 함께 만드는 잡지 <민족21> 기획위원을 맡고, 현대사연구소(2002~10)를 후배들과 함께 운영하기도 했다. 이번 책은 바로 그 쉼없는 노력의 결실이다. 유 전 이사장을 지난 16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4·27선언 때 ‘북한경제 변화’ 감지”
북한전문기자 등 경력 살려 집필
최근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펴내

1945년 김일성 시대~2000년까지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 대전환 분석
“남북 모두 좋은 발전 기회 살려야”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1권의 표지. 경인문화사 제공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1권의 표지. 경인문화사 제공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지켜보면서 북한 경제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유 전 이사장은 그때 ‘한반도가 큰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기존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 노선’을 결속하고 같은 해 4월20일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한 것이 눈에 띄었다.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해온 그가 보기에도 “이것은 북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북의 이런 정책 전환은 본격적으로 남북경협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남쪽에서 북한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다는 점이었다. “이런 상태로는 남북이 모두 좋은 발전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비유하자면, 현재 북한경제는 대학생으로 성장해 있는데, 남한의 인식은 여전히 초등학생 수준이라는 선입견이 강합니다.”

대학생 수준의 상대에게 초등에게나 맞을 법한 ‘제안’을 한다면, 거의 100% 거부당하거나 실패할 것이 분명했다. 그는 기존의 수집 자료에 더해, 모을 수 있는 북한의 공식 자료를 새로 모으기 시작했다.

‘학자’와 ‘기자’라는 그의 ‘이중 정체성’은 책의 집필작업에 큰 강점이 됐다. 학자적 시각으로 북한의 현실을 진단한 뒤, 기자적 필체로 읽기 쉽게 써내려 갔기 때문이다. 그 스스로도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경계를 허물며 글을 썼다”고 평가했다.

이 책에서 그는 김정은시대 경제전략을 ‘계승’과 ‘혁신’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한다. 김일성·김정일 시대로부터 이어져온 ‘자립적 민족경제 노선’을 계승하면서도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혁신적 요소가 점차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뽑은 대표적인 혁신 사례는 ‘상업은행 활성화 등을 통한 재정은행사업의 변화’ ‘지식경제시대와 과학기술 발전’ ‘국방공업 능력의 민수 전환’ 등이다. 하지만 그는 김정은 시대 혁신의 끝은 자본주의적인 방식이 아닌, ‘자립적 민족경제 노선’의 영향을 받은 ‘우리식 노선’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이 책은 지난해 말 출간된 까닭에 올해 초 진행된 제8차 당대회 소식을 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올들어서도 북한의 초점은 경제에 맞춰져 있다고 말한다.

“제8차 당대회에서 당 총비서로 추대된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혁신’, ‘대담한 창조’, ‘부단한 전진’을 강조합니다. 또 당대회에서 채택된 경제발전 5개년계획은 정비·보강전략, 정리정돈과 재편 등 북한경제의 구조조정을 중시합니다. 지난 2월 8~11일 열린 중앙당 제8기 2차 전원회의에서 경제부장을 한달 만에 바꾼 것 등도 경제 문제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유 전 이사장은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남쪽 정부와 대중이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지하자원만을 얘기하는 낡은 경협 마인드를 바꾸고, 정보통신·스타트업 등 새로운 요소의 협력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책의 결론 부문에서 그는 북한 당국에도 한발 더 변화쪽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가령 그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메가스마트시티 같은 4차 산업혁명을 개척해가고 있는 세계적인 혁신 기업가들을 초청해 김 위원장 자신이 먼저 공부를 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한다.

남은 북의 경제 변화를 더 알아가고, 북은 현재의 상황에서 한 발자국 더 변화해나갈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는 “남북의 청년들이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을 여러 개 만들어 유니콘으로 발전시켜나가는 상황”을 꿈꾼다. 그것이 “민족공동번영의 흥미로운 사례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이는 유엔 등의 대북제재라는 외적 상황에 변화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남북이 모두 새로운 상황과 조건 속에서 중단없이 민족공동번영을 꿈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남북이 함께 미래를 꿈꿀 때에만 결국 외적 제약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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