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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뉴스분석] 블링컨 방한 하루 전날…북, 남 때려 미에 경고

등록 2021-03-16 22:23수정 2021-03-17 02:44

김여정, 한미훈련 비난 담화 “3년 전 봄날 다시 오기 힘들 것”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오른쪽)과 친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오른쪽)과 친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지난 8일 시작된 한-미 군사연습을 “공화국(북)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며 “‘붉은선’(Red Line·한계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이라고 16일 비판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담화에서 “전쟁연습과 대화, 적대와 협력은 양립할 수 없다”며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와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교류협력)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조선 당국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2018년 9월19일) 북남군사분야합의서 파기 대책도 예견하고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를 대화와 교류협력이 없던 대결시대로,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군사적 갈등·충돌의 시기로 되돌릴 수도 있다는 엄포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방문 하루 전이자 일본 방문 당일 아침에 맞춰 나왔다.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남조선 당국”을 주된 비난의 표적으로 삼고 있지만,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향한 ‘말걸기’이기도 하다는 방증이다. 실제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편안한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8차 당대회 연설(1월5~7일)의 ‘대미 정책 기조’를 배경으로, 대상을 “미국의 새 행정부”로 특정한 북쪽의 첫 공개 발언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남북관계를 흔들어 미국을 움직이겠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대남·대미 정책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동맹 중시”와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를 공언해온 바이든 정부가 남북관계 악화에도 북한과 적극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정은 총비서의 속내가 어떻든, ‘남북관계를 희생양 삼은 대미 접근’ 시도는 오히려 북-미 관계의 추가 악화로 이어져 한반도 정세에 먹구름을 드리울 위험이 있다. 미국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는 최근의 언론 보도를 확인하고, “외교가 최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물론, 이례적으로 노동당 중앙위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내부에도 대대적으로 전파됐다. 대남·대미 ‘경고’와 함께 내부 정치적 수요도 고려했음을 방증한다. 인민들한테 공표된 터라 ‘말’을 ‘행동’으로 이어가는 후속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대답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대답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는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사태’ 때의 북쪽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북쪽은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김여정 담화’(6월4일)→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폭파(6월12일)→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4대 군사조처 발표(6월17일)→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군사 행동 계획 보류”(6월24일)로 남북관계를 뒤흔들었다. 아울러 평양시당위원장 등 각계각층의 노동신문 연쇄 기고와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등의 “항의군중집회”로 대남 적개심을 부추겼다.

‘9·19 군사합의’ 파기 땐 남북·북미관계 연쇄 파장 ‘먹구름’

이번에도 노동신문 연쇄 기고와 항의군중집회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외환경의 악화와 ‘3중 악재’(제재·코로나19·자연재해)로 더욱 나빠진 경제 상황, “자력갱생식 정면돌파전”의 장기화 등에 따른 인민의 불만을 대남 적개심 고취로 돌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남정책의 내부정치화’인데, 남북관계에 치유하기 쉽지 않은 상처를 남길 위험이 있다.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예고한 대남 조처 가운데 한반도 정세에 전략적 함의를 지니는 내용은, 대남 대화·교류협력 기구 폐지 엄포보다는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 구실을 해온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경고다. 9·19 군사합의 파기 조처가 실행된다면, 문재인-김정은 시기 남북관계의 지형을 뿌리부터 흔들며 한반도 정세에 연쇄 파장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북쪽은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사태’ 때도 “있으나마나한 북남군사합의 파기”(6월4일 김여정 담화) 운운하곤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지피) 재건과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등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로 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했으나 김정은 중앙군사위원장의 ‘보류 지시’로 멈췄다. 이번에도 김여정 부부장은 조평통·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는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라며 실행이 임박했음을 내비치면서도 ‘군사합의서 파기’는 “남조선 당국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일단 뒤로 미뤄두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북쪽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 재개 등 다양한 9·19 군사합의 위반 행위로 실질적 파기 수순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 탓에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전략적 군사행동을 김정은 위원장이 선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을 움직일 카드로 9·19 합의 파기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짚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북쪽은 대남 공세가 북-미 관계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며, 한·미 정부는 조속히 포괄적 대북 협상 방안을 마련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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