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세종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글로벌 이슈를 폭넓게 다뤘다. 성과를 거둔 다른 분야와 달리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는 큰 진전이 없었다. 전작권 전환이 왜 이렇게 더디고 뭐가 문제인지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김정섭 부소장은 근본 문제로 박근혜 정부 때 만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프레임을 수용한 것을 들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현재 전작권 전환 조건과 검증방식이 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타당한지 문제제기를 하고, 내년에 들어설 새 정부는 전작권 전환 협상 틀을 다시 세팅할 것을 제안했다.
김 부소장은 국방부, 청와대에서 한-미 동맹, 국방개혁, 국가안보전략 분야 업무를 맡았다. 그는 199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방부에서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직책을 역임했고 지난해 세종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세종연구소에서 했다.
―최근 부실 급식과 성폭력 사건 등 군 관련 현안이 많다. 먼저 오랜 국방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해법이 있으면 말해달라.
“참 안타깝고 우리 군 수준이 아직 이렇구나 자괴감도 든다. 사실 그동안 국방부가 대책을 많이 만들었고 각종 매뉴얼도 있다. 안 지켜지는 게 문제인데, 핵심 원인은 군사경찰과 군 검찰 등 군 사법제도 문제가 컸던 것 같다. 아예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군 사법제도 개혁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군사법원이 없는 외국 사례도 있고 1심 재판을 맡는 보통군사법원에 접수된 사건을 보면 대부분이 일반 형사 범죄이고 군사기밀이나 군 관련 범죄는 10% 내외다. 평시 재판은 민간 법원으로 아예 보내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미 정상회담이 성과가 많았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가동시킬 만큼 충분한 내용은 담기지 못했고 한-중 관계에 부담을 주는 내용들은 들어가 아쉽다. 또 전작권 전환도 미흡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 임명을 발표했다. 미국이 북한에게 대화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진짜 대화 의지가 있으면 성 김 대사가 북한 문제에 전념해야 되는데 인도네시아 대사를 겸직하고 있다. 얼마나 실질적인 의미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될 것 같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미사일 지침 종료는 어떻게 보나.
“42년간 유지되어 온 자율규제를 없앴으니까 의미가 있다. 저는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상징적인 효과가 크다고 본다. 그러니까 이번에 미사일 규제가 없어져서 갑자기 족쇄가 풀려서 우리가 뭔가를 엄청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번에 800km 사거리 제한이 없어진 건데 미사일에 관한 규제는 사거리하고 탄두 중량을 같이 봐야 한다. 이미 2017년에 미사일 지침을 개정할 때 그때 탄두 중량은 무제한 허용됐다.
우리 군의 현무4 탄도미사일이 사거리 800km 탄두 2t으로 알려져 있다. 미사일 탄두를 예를 들어서 1t으로 줄이면 사거리는 1000km이상 훨씬 늘어난다. 2017년 개정으로 한반도를 넘어서는 중거리 미사일 개발이 가능한 조치가 이미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 이번에 달라진 게 우주발사체 부분인데, 이것도 이미 고체연료 사용이 허용이 돼서 저궤도에 띄우는 군사 정찰 위성은 고체 연료를 통해서 저렴하게 할 수 있다.
미사일 지침 해제로 가능해진 것은 우주발사체 플랫폼, 현재까지는 지상 발사만 가능했는데 이제는 해상과 공중에서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린 것도 가능해진다. 그러니까 이제 한반도에서만 쏘고 올리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해상에서 필요한 지점에 가서 쏘아 올리기가 가능해졌다. 이게 실제 되려면 기술적인 수준이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의미 있는 진전이 쭉 이어졌던 일련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만 국한하면 상징적 효과가 크다고 보는 거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전작권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든다. 우리 정부의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의지나 전략이 안 보이는 것 같다. 트럼프뿐만 아니라 바이든 정부도 전작권 전환에 전혀 적극적이지 않다. 미-중 경쟁이 격화되니까 한반도에서 군사적 주도권을 놓고 싶지 않다는 거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건에 기초해서 전작권 전환을 한다’는 기존 프레임을 유지하면 미국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전혀 진전이 없을텐데, 우리는 계속 노력한다는 말만 반복하는 상황이다. 전작권 전환 세 가지 조건이 과도하고 불합리한 내용이 많다.”
―전작권 전환이 공론장에서 주목을 못 받고 있다.
“한-미 전작권 합의 세부 내용은 비밀이니까 비판적인 검토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조건의 세부 과제를 빨리 진척시키려는 실무진의 노력만 있는데 그렇게 해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청와대나 군 고위층 차원에서 과도한 과제들이나 불합리한 부분을 재조정하자고 미국에 말해야 한다. 또 조건 충족 기준도 명확하게 하는 등 한-미 당국 간의 협의가 필요하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인데, 한-미가 사전 합의한 명확한 통과 기준(커트라인)이 없다는 이야기인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한다니까 국민들은 ‘당연히 조건이 충족돼야 되지 않겠느냐. 조건도 충족 못하는데 너무 섣불리 가져오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전작권 전환 세 가지 기준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동맹의 초기 대응 능력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 환경이다.
세 가지 조건 밑에 세부 과제가 수백 가지 있다. 이 내용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수백 가지 과제들이 100% 충족돼야 조건이 충족됐다고 할 것인지, 아니면 핵심 과제가 충족되고 나머지는 조건부로 해서 통과했다고 볼 것인지 총괄적인 합의도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만 보더라도 작전·군수·정보·시설 분야별로 한국군의 모든 능력이 다 망라돼 있다. 예를 들면 탄약을 더 확보해야 된다, 감시정찰 자산을 더 늘려야 된다, 북한 장사정포 대응력이 뛰어나야 된다 등이다. 우리 군에게 필요한 능력이지만 이게 전작권 전환의 전제조건이냐는 문제는 남는다.
전작권 전환이라고 하니까 국민들은 우리가 단독으로 전작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텐데, 우리가 추진하는 방식에서는 한미연합사가 그대로 유지되고 현재 미군인 연합사령관을 한국군 4성 장성이 맡고 미군이 부사령관이 된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국적 변화이므로 한국군 장성이 과연 연합사를 지휘할 능력이 있냐를 검증하거나 조건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세 가지 조건의 세부 내용들은 한국군의 전체적인 물리적 능력이 다 높아져야 된다는 것이다.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지금 현재 한국군 능력 갖고도 연합사를 지휘했는데 한국군 장성이 사령관이 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제가 볼 때는 전작권 전환 조건이 너무 방대하고 너무 까다롭다. 조건의 세부 내용들은 기존에 한국군이 갖고 있던 전력 증강 계획을 모은 거다. 처음 한번에 한-미가 합의한 게 아니고 중간중간에 한국이나 미국이 추가하면서 점점 많아지고 까다로워졌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프레임 자체를 파기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세부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전작권 검증 기준은 어떤가?
“간혹 세 가지 전작권 전환 조건과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 검증을 섞어서 얘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두 개가 다른 이야기다. 두 개가 다 충족돼야지 전작권 전환이 된다. 기본운용응력, 완전운용능력, 완전임무수행능력은 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이 됐을 때 미래연합사의 실제 운용능력이 되느냐를 한-미연합연습 때 검증하겠다는 거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때문에 연습 규모가 축소되면서 완전운용능력 검증을 못했는데, 사실 이 3단계 검증이라는 것도 좀 이상하다. 3단계 검증은 새로운 부대의 운용능력을 검증하는 것이어서 원래 창설 부대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한미연합사는 1978년에 창설돼 수십년간 잘 작동해왔는데 이게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검증하겠다는 거다.
왜 이렇게 됐냐면 문재인 정부가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라는 박근혜 정부 합의를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연합사를 해체하고 한국 합참 주도로 새롭게 미래사령부를 창설하려고 했다. 새로 사령부를 만드니까 운용능력 검증계획이 필요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앞당기려고 연합사를 존속시키기로 했으므로 새 사령부 창설이 전제였던 3단계 검증을 없애야 했다. 그러지 못했다. 지금은 논리에 맞지 않는 검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이 됐을 때 추가되는 기능을 집중검증하는게 필요할 텐데, 미국의 의중대로 또는 코로나19 영향을 받으면서 모든 게 불투명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왜 박근혜 정부 합의를 바꾸지 못했나?
“노무현 정부는 2012년 4월에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이 일정을 2015년으로 3년 늦췄다. 박근혜 정부는 또 늦추고 싶었는데 두 번 시기를 연장하는 것이 이상하니까 조건에 기초한다는 프레임을 만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전작권 전환의 의지가 있는데 왜 이걸 그대로 수용했느냐. 문재인 정부가 2017년에 5월에 출범하고 나서 불과 51일 만에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인했다. 당시는 정권 인수위원회도 없었고 한미 현안들이 많았기 때문에 전작권은 그냥 전임 정부 프레임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또 그렇게 하더라도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전작권 전환 속도를 더 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부분이 아쉽다. 정상회담 차원에서 양국 정상이 인정되고 나면 밑에서는 못 건드린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게 지금 이렇게 됐다.”
―전작권은 자존심이나 주권 문제가 아니고 안보의 문제란 의견도 있다.
“군사주권의 문제인 건 맞다. 국군통수권자가 군대를 지휘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현재 미국과 협의를 통해서 연합의 형태로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군사주권의 제약인 건 분명한데, 단순히 군사주권이고 자존심의 문제니까 가져온다는 건 아니다. 사실은 안보적 측면에서도, 군사적 측면에서도 참 중요하다. 우리가 전작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전쟁을 스스로 기획하고 또 수행하고 이런 능력을 기르는 문제다. 우리가 전작권을 가져야 우리 군의 능력이 정말로 키워지는 것이지 단순히 무기만 사 온다고 안보가 되는 건 아니다.”
―전작권을 가져오면 우리 군이 어떻게 바뀌나?
“작전 기획 능력이 높아진다. 지금 연합작계라고 해서 우리도 참여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군 연합사령관이 사령관으로서 한반도 전구(戰區·단일한 군사전략목표 달성을 위해 지상, 해상, 공중작전이 실시되는 지리적 지역 개념으로 전쟁구역을 의미)를 생각하고 지형을 파악하고 작전을 구상한다. 한-미가 같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로 구상하고 준비하고 위기관리하고 이런 여러 가지 전반적인 능력들이 신장될 것이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세종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전작권이 전환되면 예를 들어 작계 5027 대신 우리가 작계를 만드나.
“현재 진행되는 전작권 전환은 소위 말하는 통합형이다. 전작권 전환 이후 지휘구조는 병렬형과 통합형이 있다. 병렬형은 노무현 정부 때 했던 것으로 한국군은 완전히 한국 대통령이 지휘하고 미군은 미국 대통령이 지휘하는 것으로 방식이다. 이게 본래 의미의 전작권 환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연합사를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연합 작계가 계속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것을 누가 좀 더 주도적으로 하느냐 좀 더 책임감을 갖느냐.이런 측면에서 달라질 것이다.
―분단 등 안보 상황상 전작권 전환은 시기상조란 반론이 있다.
“전작권 전환의 역사를 보면 시기상조란 주장의 실체가 참 빈약하다는 걸 알 수 있다.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작전통제권 전반을 환수하겠다고 했는데 그때도 시기상조론에 부딪혀 평시 작전권만 1994년에 환수했다. 그로부터 거의 30년 동안 우리 군 능력이 많이 신장되고 국방비도 많이 썼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같은 얘기가 나온다. 전작권 전환이 본격 준비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한국군에 투자된 순수 전력증강비만 누적 규모로 153조원을 넘었다. 북한 핵위협이 많이 고도화됐지만 핵 문제는 전작권을 막론하고 미국의 확장 억제로 대처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조건이나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의지의 문제고 정책적인 선택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 안 전작권 전환은 어려워졌는데, 앞으로 정부는 뭘 해야 할까?
“두 가지 선택이 있다. 먼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세부 내용들을 빨리 달성하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열심히했다는 것 말고는 성과가 잘 안 나올 것 같다. 다른 방식은 미국에 정면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거다. 세 가지 전환 조건의 세부 내용과 3단계 검증을 재조정하자고 진지하게 이야기해봤으면 한다. 조건 기초 전환 프레임을 이제 와서 파기하는 건 불가능한데 그 안에서라도 불합리한 부분을 줄여나가서 다음 정부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만약에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의미 있는 전작권 전환 진전이 없으면 차기 정부에서는 세팅을 다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때는 조건이 아니라 전환 시기를 명시한 ‘시기에 기초한 방식’으로 바꾸고 한-미 군 지휘구조를 지금 같은 통합형이 병렬형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전작권을 우리가 행사한다는 원래 의미에 맞게 한국군을 단독 지휘할 수 있게끔 병렬형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음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라도 문재인 정부는 현재 프레임이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이런 문제 제기가 별로 없었다.
“관료 집단은 맡겨진 일은 열심히 하는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데 약하다. 군사 문제는 바깥에서 잘 모르니까 민간에서 깊이 있는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 관료적 타성이라는 게 정해진 일정대로 그대로 가는 것이다. 군 수뇌부나 청와대가 문제의식을 갖고 풀어줘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실제 국방부와 군이 전작권 전환에 대해서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 장관 주관, 합참의장 주관으로 전작권 전환 추진 평가 회의를 몇 시간에 걸쳐서 한다. 그런데 회의 내용이 세부 과제들이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는지 체크하는 거다. 다른 차원으로 노력을 할 필요가 있었는데 아쉽다. 열심히해도 속도가 안 나면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처음부터 이야기를 해보자’고 해야 하는데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미국에 문제 제기를 한다는 어렵다고 한다.
미국한테 이 조건이 중요하다고 몇 년째 강조해왔는데 지금 와서 조건 내용이 이상하다고 얘기하는 게 스스로 약간 이상한 거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반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으면 방향 전환을 했어야 했다. 때를 놓친 것 같아 아쉽다.”
지난 2019년 10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가운데)과 최병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오른쪽), 남영신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왼쪽) 등 한-미 군지휘부가 지난 한국군 제5포병여단의 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주한미군 페이스북 갈무리
―남북 관계, 북-미 관계의 변수로 오는 8월 한-미 연합연습이 거론되는데?
“8월 연합연습을 안 해서 북한이 대화에 나올 전망이 확실하다면 결단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불확실한 상태에서 훈련만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이 가능할까란 생각도 든다. 지금 연합연습이 북한을 자극해서 판을 깨는 쪽으로 작동할 수는 있는데 이걸 안 한다고 대화 유인책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실기동훈련을 하느냐 트럼프 행정부 때 조정된 방식으로 하느냐 아예 연기하느냐 이런 걸 텐데, 제가 볼 때는 실기동 훈련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제가 볼 때는 로키(저강도)로 연합연습을 하지 않을까 싶다.”
―미-중 전략 경쟁에서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중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면 양쪽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한쪽이 우리를 흔들면 흔들리는 것처럼 인식될 우려가 있다. 우리가 국익 입장에서 각 현안에 대한 태도를 정하면 일관되게 끌고 가는 노력이 앞으로는 절대로 중요할 것이다.”
―확실하게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건 너무나 단순한 이야기다. 우리가 경제적으로는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중국하고 관계가 깊은데 중국을 적대시하는 건 참 어리석다.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을 완벽하게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 미국과 중국도 이를 안다. 결국 우리가 중심을 잡고 좌표를 잘 정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돼서 진통이 심하다.”
―나쁘게 표현하면 줄타기, 눈치보기인데 우리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적 실익은 중국, 정치적 군사 이익은 미국에서 취한다, 이런 식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안보와 경제가 딱 분리되는 건 아니고. 큰 상위 차원에서의 원칙을 정한다고 해서 그것으로부터 모든 행동지침이 바로 도출되기는 어렵고 현안별로 판단해야 한다. 우리 기준에서, 우리 국익 관점에서 ‘이 현안은 이렇게 돼야겠다’고 정해 나가고 웬만하면 흔들리면 안 된다. 현안에 대한 우리 입장들이 모이면 미국이나 중국이 보기에 ‘한국은 이 정도 범위에서 움직이는구나’란 좌표가 정해진다. 일본, 호주, 아세안도 미-중 간의 경쟁 속에서 고민이 있는데 이들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그런데 우리는 미-중 현안 관련해서 국내적 공감대가 약하고, 진폭이 크고, 그래서 더 취약한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 천안문 망루에 올랐다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국내에 배치했다.
“혼란을 자초했고 전략적 판단이 상당히 미성숙했다고 본다. 우리가 중국하고 가까워지면 중국이 북핵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거라고 봤는데 중국이 그렇지 않자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자구 노력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그런데 이게 굉장히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관련 3불 정책(사드 추가배치, 미사일방어 편입, 한-미-일 3국 군사동맹 불추진)을 중국에게 밝혔는데 이를 두고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중국 때문에 우리가 하고 싶은 거를 못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3불이 우리 국익에 맞으면 우리 정책이 돼야 한다. 하나씩 뭔가 이렇게 만들어졌을 때 일관성 있게 끌고 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 문제는 굳이 왜 거론을 했을까.
“미국이 ‘꼭 넣자’고. 굉장히 압박했다고 한다. 그래서 고민 끝에 중국 인사들이 했던 표현이고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대만해협의 평화 안정’을 넣었다고 한다. 이런 설명을 중국이 안 받아들여도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계속 견지하는게 중요하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일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4개국 협의체인 쿼드에 빨리 들어가자는 주장도 있다.
“우리 일각에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서 한국이 소외된다 그리고 호주도 일본도 인도도 하는데 왜 우리는 쿼드에 못 끼냐. 들어가서 강력을 조절하면 되지 않냐 이런 얘기를 한다. 그런데 중국이 우리한테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 호주와는 다르다. 중국은 단순히 경제 관계를 넘어 비핵화와 통일 등 안보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협력대상이다. 대중국 무역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는 17%인데 미국의 경우 3%, 일본이 6%, 호주가 10%이다. 다시 말해 이들 국가가 쿼드에 참여했다고 해서 우리의 참여도 당연시 할 만큼 국익의 구조가 비슷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가 한다고 해서 우리도 당연히 할 만큼 같은 입장이 아니라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다. 들어가서 강약을 조절한다고 하는 것도 미국이 의도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만큼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쿼드에 참여했을 때 우리 득실을 생각하면 정식 참여 멤버가 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보건협력 같은 이슈를 중심으로 협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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