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을 방문 중인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에 대해 “김 위원장의 ‘대화’ 언급이 우리가 조만간 (북쪽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특별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미국도) 대화와 대결 모두 언급한 김 위원장의 최근 발언을 주목했다. 우리도 (대화와 대결) 양쪽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는 만남을 가지자는 우리의 제안에 평양이(북한이) 답하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도 했다.
노 본부장도 모두발언에서 18일 당 중앙위원회 8기3차 전원회의와 관련해 <노동신문>이 보도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평양에서 나온 첫 반응이었다. 우리는 이 발표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한-미 협의와 조율을 통해 북한과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는 남북, 북-미 관계가 상호 이익이 되도록 보강할 수 있는 구조를 복원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특별대표는 지금까지 대북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한국, 일본과 협의가 긴밀했음을 강조하며 “우리는 분명하게 외교와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모색하겠다는 강력한 공동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50여분 간 협의를 마치고 회담장을 나온 김 특별대표는 “훌륭한 협의를 했다”며 “가장 중요하게 우리는 양국이 외교와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화 준비에 대한 평양의 최근 발표에 주목하고,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곧 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특별대표는 이후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시작하기 전에도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다시 밝혔다. 김 특별대표가 이날 반복해 발신한 메시지는 김 위원장의 ‘대화’ 언급에 좀 더 무게를 실으면서 북쪽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읽힌다. 김 특별대표는 또 “의미 있는 남북 대화, 협력과 관여에 대한 우리(미국)의 지지를 반복했다”고 덧붙였다.
노 본부장은 협의 뒤 “오늘 한미 북핵 수석대표협의에서는 지난 5월 한-미 정상 간의 협의를 적극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며 “한-미 간 협의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순 없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책이라는 공동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남북 간 북-미 간 기존 합의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대화와 관여를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해 중점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협의에는 한국 쪽에서는 노 본부장과 이문희 북핵외교기획단장, 임갑수 평화외교기획단장이, 미국 쪽에서는 김 특별대표와 정 박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그리고 아담 파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과장이 참석했다.
노 본부장과 김 특별대표는 양자 협의 뒤 일본의 북핵 수석대표인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미·일 협의를 진행했다. 외교부는 이 자리에서 “(3국 수석대표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측의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긴밀한 공조가 이루어진 것을 평가하고,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3국 간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노 본부장과 후나코시 국장은 이날 오후 한-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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