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10일(현지시간) 망명을 신청하러 온 시민들이 여권을 들어 보이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FP 연합뉴스
아이티에서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납치됐던 한국인 부부가 16일 만에 무사히 풀려났다.
외교부는 12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외곽 지역에서 불상의 납치단체에 의해 피랍되었던 한국인 선교사 부부가 10일(현지시각) 낮 12시께 수도 외곽 지역에서 무사 석방됐다”고 밝혔다. 석방 직후 검진 결과 이들은 대체로 건강이 양호한 상태로 11일 오후 항공편으로 아이티에서 출발했으며, 제3국을 경유해 귀국할 예정이라고 외교부는 전했다.
부부는 지난달 24일 정오께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포르토프랭스 외곽 지역에서 괴한들의 버스에 태워져 납치됐다. 이들 외에 다른 국적자 3명도 납치됐는데 이들도 석방됐다. 이들은 앞서 이탈리아와 프랑스인들을 피랍한 갱단과 같은 조직에 납치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치안공백 상태인 아이티에는 현재 150여개의 무장범죄조직이 활동하고 있으며 납치를 통한 몸값을 뜯어내는 게 이들의 주 수입원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에만 3000건 이상의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는 아이티 시민단체 통계도 있다.
정세가 불안정함 점을 고려해 정부는 2019년 2월부터 아이티 전지역에 여행경보 3단계인 ‘철수권고’를 발령했다. 정부는 납치 사건이 자주 발생하자 올해 2월과 4월에 국내 선교단체의 여행 자제, 파견 인력 철수를 권고하고, 납치 1주일 전인 지난달 17일에는 선교단체와 안전간담회를 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밝혔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인지한 직후 외교부 본부에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설치해 운영했으며, 최종건 1차관이 지난달 25일 클로드 조제프 아이티 임시총기 겸 외교장관과 통화해 사건 해결을 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아울러 아이티를 관할하고 있는 이인호 주도미니카공화국대사는 신속대응팀을 이끌고 현지로 가 아이티 경찰청장, 중앙사법경찰청 국장과 면담 등을 통해 사건 대응 방향을 협의했다. 외교부는 정부가 ‘국민 안전 최우선 원칙’과 ‘납치단체와 직접 협상 불가 원칙’ 아래 아이티 정부 등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조속한 석방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7일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이 암살된 뒤 치안이 악화할 가능성을 우려해 현지 교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아이티에는 봉제업 종사자를 중심으로 150여명이 교민이 살고 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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