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기고문이 담긴 <중앙일보> 16일치 29면.
정부가 주한미군의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에 대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장을 바로 이튿날 공개적으로 반박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에게 발언을 신중히 할 것을 요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8일 “주재국 정치인의 발언에 대한 외국 공관의 공개적 입장 표명은 양국 관계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윤 전 총장이 1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 먼저 철수해야 한다” 등의 주장을 하자, 싱 대사는 16일 이 신문에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윤석열 인터뷰에 대한 반론’을 기고했다. 외교부의 입장은 싱 대사의 기고에 대응해 나온 것이다.
기고에서 싱 대사는 “(윤 전 총장이) 인터뷰에선 중국 레이더를 언급했는데, 이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 친구에게서 중국 레이더가 한국에 위협이 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사드가)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쳤고, 앞뒤가 모순되는 당시 한국 정부의 언행이 양국간의 전략적 상호 신뢰를 해쳤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사드 관련 요청·협의·결정이 없다”던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1월6일) 뒤 중국 쪽과 별다른 소통 없이 사드 배치를 검토·발표한 데 대해 분개하며 이른바 ‘사드 보복’에 나선 바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후 누리집에 싱 대사의 기고를 전하며 “한국의 차기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며칠 전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한 관계, 한-미 관계, 사드 및 반도체 분야에서의 중국과의 ‘디커플링’ 등에 대해 언급한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중국 측의 엄정한 입장을 밝혔다”고 부연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중국 대사의 반박은 ‘대선 개입’이자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쪽에서도 싱 대사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주한중국대사관 쪽이 이런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이라는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하지 않으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게 정부가 일관되게 밝혀온 입장이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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