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6일 화상으로 열린 28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다. 아래 화면 중간에는 북한 쪽 수석대표로 참석한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대사의 모습. 외교부 제공
남·북·미 모두가 정회원인 역내 유일의 다자안보협의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화 재개를 거듭 촉구했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직접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지만 ‘평화 의지’를 밝혔다고 알려졌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6일 화상으로 열린 스물여덟번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남북 정상 간 합의를 통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기로 한 약속을 이행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고 외교부가 7일 전했다. 정 장관은 또 최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긍정적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 남북이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특히 북한 대표로 참석한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참석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이날 회의에서 ‘안 대사를 통해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면서 ‘북한이 권한을 부여받은 협상대표만 지정하면 조건 없이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 국무부는 이날 회의 뒤 낸 보도자료에서 “블링컨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여러 나라의 요구에 함께했다”고만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외무상이 아닌 안 대사가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안 대사는 주아세안 북한대표부 대사를 겸임하고 있다. 회의 끝자락에 발언을 한 안 대사는 북한의 코로나19 방역과 경제회복 관련 조처와 노력에 대해 주로 설명했다고 한다. 또 ‘외부의 적대적인 압력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렇지만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우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알려졌다. 앞서 발언한 정 장관이나 블링컨 장관의 발언을 비롯해 남북, 북-미 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전해졌다.
지난해에도 안 대사는 한·미의 대화 재개 요구에 직접 반응하지 않고 ‘북한이 직면한 과제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 강성대국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골자의 발언을 했다. 당시 “여건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한 안 대사의 언급을 두고 한국 정부는 북쪽이 대화 재개에 회의적인 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안 대사가 이번 회의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밝힌 점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남북 통신선 복원으로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을 내짚을 데 대해 합의”했다고 밝힌 북쪽의 기류 변화가 반영된 모양새다.
외교부는 “다수의 참석국들은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한 대화의 중요성 및 유엔안보리 결의 이행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논의된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서 정 장관은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과 구금자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매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의 ‘뜨거운 감자’인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 정 장관은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의 유지는 모든 국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에 대한 존중과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남중국해에 대한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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