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는 27일 홈페이지에 올린 ‘북한에 대한 안전조치 적용에 관한 보고서’에서 영변 5㎿(메가와트)급 원자로와 관련해 “7월 초부터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냉각수 방출 등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2018년 12월부터 가동하지 않았던 원자로에서 재가동 징후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영변의 5㎿e 원자로는 1986년 가동을 시작한 흑연감속로로, 여기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연간 약 6㎏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또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인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에 증기를 공급하는 화력발전소가 올해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5개월가량 가동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1년 방사화학실험실과 화력발전소 가동 기간은 과거 폐기물 처리나 유지 보수 활동 중 관찰된 것보다 훨씬 길다”고 짚었다. 과거 북한이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에 제공한 방사화학실험실 설계 정보에서도, 5㎿ 원자로에서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완료하기 위해 5개월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또 2003년과 2005년 그리고 2009년에 북한이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 작업을 했다고 밝혔을 당시 각 활동이 대략 5개월 남짓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이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보고서는 또 평양 인근 강선에서도 내부 건설 작업이 이어지는 등 움직임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는 지난해 강선 시설이 “(핵)활동과 연관된 지역”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강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비밀 핵시설이 위치했다고 짚은 곳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 활동은 계속 심각한 우려”를 부르고 있다며 “이에 더해 5㎿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 가동에 대한 새로운 정황은 심각한 고민거리”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단, 국제원자력기구는 북한에 있는 영변 시설 등에 접근하지 못했으며, 실제 접근 없이는 시설에서 일어나는 활동의 성격과 목적 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전제했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9월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 65차 총회를 앞두고 공개됐다. 63차 총회를 앞뒀던 2년 전에도 국제원자력기구는 연례보고서에서 재가동 징후를 공개한 바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보고서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30일 “한-미 당국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한의 핵시설을 파악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는 좀 더 엄밀하게 평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가 북한의 핵 활동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는 뜻으로 29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어지는 한-미 협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영변 핵시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조건부 폐기 의사를 밝힌 곳으로,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북쪽이 일부 대북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모두 영구 폐기하겠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합의는 불발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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