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3일 싱가포르에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회담에 앞서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 외교부 제공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4일 저녁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북한이 6개월 만에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일본 도쿄에서는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열린 직후여서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주요국들의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왕 부장은 15일 오전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한다. 왕 부장의 방한은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이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 4월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뒤 5개월 만이다.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양국 간 고위급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등을 협의하기 위해 마련된 일정으로 전해졌지만, 최근 북한의 ‘저강도 군사행동’으로 한반도 문제들 둘러싼 협의의 비중도 커질 전망이다. 북한이 쐈다고 밝힌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은 아니지만, 최근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가능성과 함께 놓고 볼 때 주목도는 높아진다.
현재로선 북한이 수위 조절을 하면서 국제사회에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주도권을 각인하기 위한 행보를 하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한-중 모두 정세가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에 북한을 조속히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이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모색하리라 보인다. 이런 인식은 전날 정 장관이 한-호주 외교·국방(2+2)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이 (6개월 만에) 재개되고 있는 것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북한과의 대화 또 관여·외교가 시급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 언급에서도 엿볼 수 있다.
두 장관은 미국과 중국기 전략적 경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에 대한 양국의 입장에 대해서도 주요하게 의견을 교환할 전망이다. 미-중 정상이 지난 10일 7개월 만에 전화통화를 통해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할 필요성’을 논의했지만, 양국의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왕 부장이 지난 12일 이번 동아시아 4개국 방문을 시작한 베트남에서 “역외 세력이 아세안의 중심 지위를 무력화하지 못하게 하길 원한다”고 한 발언을 봐도 중국의 대미 견제 메시지는 뚜렷한 모양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이 미국 쪽으로 한 발 다가갔다는 평가 속 중국이 한국을 어떤 방식으로 ‘중립화’하려고 할지는 지켜볼 문제다. 주한미군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뒤 강도 높은 보복 전략을 구사하면서 곤두박칠쳤던 양국 관계를 봉합한 뒤 중국은 한국과 전략적 관계 강화를 하는 방식으로 한국을 견인하고자 했다.
지난 10일부터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를 거쳐 이날 오는 왕 부장은 한국 방문을 끝으로 15일 귀국길에 오른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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