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9월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호텔에서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국과 미국의 고위급 협의가 잇따르면서 양국이 문재인 대통령이 거듭 제안한 종전선언 추진을 비롯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전선언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서 좀 더 실무 차원의 본격적인 협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지금 중요한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또 항구적인 평화정착에 들어가는 대화의 입구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이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는 데” 갖는 “함의” 등을 놓고 미국 정부와 논의할 뜻을 밝혔다.
노 본부장은 오는 18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오는 19일에는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국장까지 포함해 한·미·일 및 한-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3국 북핵수석대표 협의는 지난달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지 한 달여 만이며, 한-미 대표는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회동 뒤 18일 만에 다시 만난다.
이밖에도 지난달 21일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9월29일) 이후 한-미 고위급 간 협의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2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종전선언에 대한 정부 구상을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지난달 22일 유엔총회를 계기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만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5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각료이사회에 참석한 계기로 다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요청해 약식으로 진행했다. 지난 15일에는 윌리엄 번즈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취임 뒤 처음으로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데 이어,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방한해 이번주 한·미·일 정보기관장간 회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를 포함해 한반도 정세 변화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는 형국이어서 연쇄 고위급 회동이 눈길을 끌지만, 당장 유의미한 진전을 기대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정부 쪽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각각 별도로 진행되는 일정”이라며 공교롭게 비슷한 시점에 잡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여전히 종전선언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런 설명에 힘을 싣는다. 다만, 대북 대화 재개 방안을 놓고 미국 쪽도 열린 입장임을 밝히고 있고, 미 정보기관장들이 방한한 내막은 확인되지 않아 ‘결과물’을 단정하긴 어렵다. 가급적 임기 안 종전선언을 포함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하려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을 설득할 기회로 활용하리라는 점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김지은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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