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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문제 유엔 고문방지협약 통해서라도”

등록 2021-10-26 17:44수정 2021-10-26 17:59

26일 기자회견서 문재인 정부에 촉구…외교부 “신중 검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6일 오후 대구 중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6일 오후 대구 중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6일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해결 절차를 문재인 정부에 촉구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이끄는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는 이날 오후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양국 정부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지 못할 경우,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해결 절차를 밟을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위안부 문제를 회부해달라고 대통령께도 요청했으나 11월이 다 되도록 청와대, 외교부, 여성가족부, 인권위원회, 국회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산증인이 두 눈 뜨고 살아 있는데도 이러니 우리(‘위안부’ 피해자)가 다 가고 나면 어떻게 되겠냐”고 반문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 2월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를 요청했으나, 한국과 일본 정부 모두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일본이 ICJ 회부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없는 데다 법률 다툼으로 갔을 때 승소 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가 적절한 해법이 아니라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이 할머니 쪽은 일단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해법을 촉구하기로 한 것이다. 이 할머니는 “우리 한국의 피해자들뿐 아니라 전 세계 피해자들을 위해서 한국 정부가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에 위안부 문제를 가져가서 일본이 위안소 제도를 만들고 운영한 것은 전쟁범죄였고 반인륜 범죄였다는 명백한 판단을 받아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추진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는 유엔 고문방지협약에서 말하는 ‘고문(torture)’ 또는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에 해당된다”며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이러한 전제하에 한-일 양국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피해자 중심 해결을 권고해왔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는 ‘위안부’ 제도가 일본군 당국의 요청으로 설치·관리됐고, ‘위안부’ 모집은 관헌과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의 감언과 강압에 의해 이뤄졌으며, 전시 성폭력 등이 개인에게 고의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였다는 점을 들었다. 또 2019년 고문방지위원회가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중 세르비아 민병대에 의한 보스니아 여성의 강간을 성(gender)과 민족(ethnicity)에 기초한 차별에 따른 것’으로 ‘고문’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던 사실도 꼽았다.

추진위는 또 고문방지위원회가 한국과 일본의 정기이행보고서에 대한 소견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우려와 권고를 해왔다면서, 위원회가 ‘위안부’ 피해를 고문으로 간접적으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의 진상규명, 전쟁범죄 인정, 공식사죄 등 7가지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것 역시 협약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추진위는 이런 일본의 협약 위반 사항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동의 없이 고문방지위원회의 국가 간 통보에 따른 조정 절차(제21조)를 밟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절차는 지금껏 활용된 사례가 없다.

이 할머니의 제안과 관련해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를 통한 해결 절차 문제는 신중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으로 1987년 발효됐다. 한국은 1995년, 일본은 1999년 협약에 가입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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