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7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외무부 영빈관에서 공동 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러시아를 방문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7일(현지시각)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공감하고 한반도 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정 장관은 회담 뒤 공동 언론발표에서 “(한-러) 양측은 현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북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어 라브로프 장관도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 정세에 관해 상세히 논의했다”며 “양측이 역내의 모든 문제를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또 “모든 관련국의 협상 프로세스 재개 필요성이 강조됐다”며 “이와 관련 모든 당사국이 긴장 고조 원인이 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각별히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당사국이 아닌 점을 고려해 공식 발표에서는 빠졌지만 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러시아 쪽에 종전선언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러시아 쪽은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날 오찬 협의로 이어진 회담은 모스크바 외무부 영빈관에서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외교부는 회담 뒤 보도자료를 내어 “(두 장관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한-러 교역량이 전년동기 대비 47% 이상 증가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이러한 긍정적 추세를 더욱 가속화해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양국 간 경제협력을 더욱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이를 위해 두 장관이 인프라·조선·보건 등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7년 합의한 ‘9개 다리’ 분야를 중심으로 한-러 실질협력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미래성장 협력 분야도 적극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협의를 지속해온 한-러 서비스·투자 자유무역협정(FTA)도 조속히 체결해 양국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한 방역·보건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두 장관은 이와 함께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조기에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29일(현지시각) 저녁 러시아 모스크바 말리 극장에서 열린 ‘2020-2021 한-러 상호교류의 해’ 폐막식에서 러시아 무용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두 장관은 이날 저녁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와 올해 진행해온 ‘한-러 상호교류의 해’ 행사 폐막식에도 함께 참석했다. 양국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지난해를 ‘상호교류의 해’로 선포했으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올해까지 기간을 연장하고 220여개 교류행사를 진행했다. 앞서 개막식은 지난 3월 라브로프 장관의 방한 기간에 맞춰 서울에서 열린 바 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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