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역학이 선거에도 그대로 투영
유엔(UN)의 재상으로 불리는 유엔(UN) 사무총장 선거는 1945년 UN 출범 이후 특유의 선거 관행과 냉전 등 국제사회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배경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UN 사무총장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5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전원의 지지를 포함, 안보리 이사국 15국 가운데 적어도 9개국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안보리는 복수의 후보가 나올 경우 각 후보 개개인을 놓고 수많은 모의투표(straw poll)를 거쳐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1명의 후보를 총회로 넘기고 총회는 투표없이 박수로 이를 인준한다.
그러나 이런 관행에 비춰 극히 이례적으로 1950년 10월 트리그브 할브단 리(Trygve Halvdan Lie. 재임기간 1946.2∼1953.4) 사무총장의 경우 안보리가 아닌 총회 결의안으로 그의 임기가 연장되기도 했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1946년 2월부터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리 총장은 5년 임기에 이어 연임을 시도했지만 소련의 반대로 안보리에서 후보 추천에 합의를 이루지 못했던 것.
당시 소련은 리 사무총장이 1950년 한국전 당시 UN의 한국전 개입을 지지한 것에 반발, 재선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의 후보추천 실패로 결국 리 사무총장은 UN 총회의 결의를 통해 1951년 2월부터 3년간 임기를 연장할 수 있었다. 사무총장의 정식 임기는 5년이다.
현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전임인 제6대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1992.1∼1996.12) 사무총장은 미국의 거부로 재선에 실패한 케이스다. 갈리 사무총장은 5년간의 재임을 위해 안보리 이사국 15개국중 14개국의 지지를 확보했지만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재선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은밀한 재선운동으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게 화근이었다. 갈리 사무총장의 재선 실패는 `사무총장직을 얻으려 하지 말고 이를 위해 전면에 나서지도 않아야 한다'는 유엔 정치역학의 불문율을 어겨서 초래된 대표적 사례로 언급된다. 미국은 갈리 사무총장의 재선을 거부한 대신 가나의 아난 현 사무총장을 지지했지만 프랑스가 `딴지'를 걸어 아난 총장도 한 때 위태위태한 순간을 맞기도했다. 프랑스는 당시 아난 사무총장의 조국인 가나가 아프리카에서 유독 미국의 입김을 크게 받고 있다고 판단, 거부감을 표시했지만 결국 막판에 반대 의사를 철회했다. 이들 사례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의중이 UN 사무총장 선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제8대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반기문장관과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거부권을 가진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특정 나라와 너무 가깝다는 인상을 줄 경우 나머지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UN 사무총장 선거를 둘러싼 안보리 상임이사국간의 이 같은 정치역학은 `죽음의 키스'(kiss of death)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런 역학관계로 인해 오스트리아 출신의 제4대 쿠르트 발트하임(Kurt Waldheim.1972.1∼1981.12) 사무총장은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의 지원을 업고 3선을 추진했지만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제5대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아르(Javier Perez de Cuellar.페루) 사무총장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 (서울=연합뉴스)
현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전임인 제6대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1992.1∼1996.12) 사무총장은 미국의 거부로 재선에 실패한 케이스다. 갈리 사무총장은 5년간의 재임을 위해 안보리 이사국 15개국중 14개국의 지지를 확보했지만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재선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은밀한 재선운동으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게 화근이었다. 갈리 사무총장의 재선 실패는 `사무총장직을 얻으려 하지 말고 이를 위해 전면에 나서지도 않아야 한다'는 유엔 정치역학의 불문율을 어겨서 초래된 대표적 사례로 언급된다. 미국은 갈리 사무총장의 재선을 거부한 대신 가나의 아난 현 사무총장을 지지했지만 프랑스가 `딴지'를 걸어 아난 총장도 한 때 위태위태한 순간을 맞기도했다. 프랑스는 당시 아난 사무총장의 조국인 가나가 아프리카에서 유독 미국의 입김을 크게 받고 있다고 판단, 거부감을 표시했지만 결국 막판에 반대 의사를 철회했다. 이들 사례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의중이 UN 사무총장 선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제8대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반기문장관과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거부권을 가진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특정 나라와 너무 가깝다는 인상을 줄 경우 나머지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UN 사무총장 선거를 둘러싼 안보리 상임이사국간의 이 같은 정치역학은 `죽음의 키스'(kiss of death)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런 역학관계로 인해 오스트리아 출신의 제4대 쿠르트 발트하임(Kurt Waldheim.1972.1∼1981.12) 사무총장은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의 지원을 업고 3선을 추진했지만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제5대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아르(Javier Perez de Cuellar.페루) 사무총장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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