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1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유튜브 갈무리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3일 “미국이 더 담대하게 자국의 (코로나19) 백신을 주겠다고 제안한다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모멘텀이 조성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연 ‘2021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 축사에서 “지금 북한은 코로나19로 모든 것을 봉쇄하고 있다. 대화는 물론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국경을 완전히 막아 개미 한 마리도 들고 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원장은 “북한은 백신 접종 계획도 없고, 코백스(백신공급 국제프로젝트) 백신도 거절하고” 있는데 “북한도 언제까지 문을 닫고 있을 수만은 없다.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해서 현 상황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또 미국이 대북제재 일부 해제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북-미 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싱가포르에서 기대를 갖게 됐지만 하노이에서 좌절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행동 대 행동, 단계적 실천을 통한 신뢰 회복 조치를 믿고 하노이에서 비핵화 프로그램, 즉 ‘영변 폐기’를 제시한 것”이라고 상기했다. 그러면서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은 지난 4년 동안 아이시비엠(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등 모라토리엄을 실천해 왔는데,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이 무엇이냐’는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북한이 당시 영변 폐기의 반대급부로 요구했던 민생 분야 제재 해제, 즉 정제유 수입, 석탄 광물질 수출, 생필품 수입에 대해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2019년 3월 하노이에서 자신들이 ‘유엔 제재 결의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협상 결렬 뒤 북한은 제재 해제 요구를 거둬들이며 장기전을 준비하는 태세로 돌입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9월 ‘종전선언’ 논의를 재점화하며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완화를 검토할 때’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원장은 북한을 향해 “이제 열린 자세로 대화의 장에 나와 한-미가 검토 중인 종전선언을 비롯해 상호 주요 관심사를 논의할 것을 촉구”하며 “‘적대시 정책 및 이중기준 철회’ 문제도 주요 관심사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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