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모습.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도로공사·한국전력공사 등 3개 공공기관 고위직 퇴직자 절반 가량이 출신 기관과 공사·용역·물품 계약 실적이 있는 업체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기관이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정황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불공정 계약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을 위반한 수의계약 사례 등 모두 7건의 부적정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16년 1월~2021년 3월 엘에치 등 3개 공공기관의 3급 이상 퇴직자 2342명 가운데 1118명(47.7%)이 출신 기관과 계약실적이 있는 업체에 재취업했다. 같은 기간, 이들 3개 기관이 체결한 약 98조3798억 규모의 계약 가운데 22.4%(약 22조351억원)는 해당 기관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체결한 것이었다. 특히 퇴직자 재취업 업체와 체결한 계약의 31%(6조8335억원)는 수의계약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엘에이치는 입찰에 참가한 업체의 사업 수행능력을 평가하면서,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가 내부 심사위원과 사전에 접촉했음에도 감점 등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도로공사는 퇴직자가 이사로 있는 업체와는 2년 간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음에도 ‘퇴직자가 없다’는 허위 서류를 제출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뒤, 착공 전 이를 알고도 계약해지 등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의 경우, 2018년 7월~2021년 3월 자사 직원이 하도급 업체한테 부정한 청탁 또는 뇌물을 받고 해임돼 형사 처벌까지 받았음에도, 청탁을 한 업체에 대해 입찰 제한 등 행정 처분을 내리지 않은 사례가 6건 확인됐다. 감사원은 “한국전력은 기존에 조달받은 물품을 제조·공급한 업체와 다른 업체에서 납품을 받으면 호환성이 없다는 이유로, 퇴직자가 재취업한 기존 계약업체와 수의계약한 경우가 전체 수의계약 건수의 43.3%로 가장 많았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부적정 사례 7건 가운데 2건에 대해 ‘주의’ 처분을, 3건에 대해선 재발 방지책 ‘통보’ 조치를 각각 내렸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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