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8일 오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이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회담을 열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피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열린 탓에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외교부 설명을 종합하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발리의 한 리조트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 외무상과 만나 한반도 문제와 지역·글로벌 현안 대응을 위한 3국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의 대면 회담을 한 건 윤석열 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는 “3국 외교장관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한·미·일이 우선 순위를 두고 다뤄야 할 시급한 과제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의 단합되고 강력한 대응이 이뤄지도록 하는 한편,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해 유연하고 열린 외교적 접근을 바탕으로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3국 장관은 “새로운 지역·글로벌 도전 과제의 등장 앞에 자유민주주의, 인권 등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 3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역내 평화·안보·번영을 증진시키기 위해 미래 지향적인 협력을 지속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덧붙였다.
박 장관은 “3국 장관은 북한의 지속되는 도발에 대해서는 한·미·일이 한목소리로 단호하게 대응하고, 비핵화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도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북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3국 안보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담은 아베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 열린 탓에 3국 외교장관은 악수도 하지 않고 각자의 국기 앞에서 사진 촬영만 한 뒤 회담에 임했다. 박 장관은 “한국 정부는 이번 총격 사건을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폭력적 범죄행위로서 강력히 규탄한다”며, 유가족과 일본 국민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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