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박진 외교부 장관이 2박3일 일정으로 8일 중국을 방문한다.
외교부는 5일 자료를 내어 박 장관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초청으로 8~10일 중국을 방문해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 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칭다오는 1992년 수교 직후부터 우리 중소기업의 중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 구실을 해 한-중 관계 발전에 의미가 깊은 곳이다. 박 장관과 왕 부장 간 회담은 9일 열릴 예정이다.
외교부는 “(두 장관이) 한-중 관계, 한반도 및 지역·국제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두 장관은 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계기로 첫 대면 회담을 한 바 있다. 이후 지난 4~5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를 포함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얼굴을 맞댔다.
박 장관의 중국 방문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고위급 인사의 첫 방문으로, 오는 24일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와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와 지역 정세 등이 깊이 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국 중시 외교와 상호 존중에 기초한 대중국 관계를 강조해 온 터라, 양국 관계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왕 부장은 지난달 7일 발리에서 열린 첫 대면회담에서 “중국은 한국 쪽과 수교 당시의 초심을 되새기고, 상호 이익과 협력에 초점을 맞춰, 안팎의 간섭을 배제하고,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회담의 쟁점은 크게 3가지로 모인다.
첫째,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이른바 ‘칩4’에 대한 한국의 참여 문제 등 경제안보 문제다. 그간 중국 쪽은 “한국이 국익을 중심으로 판단하기 바란다”며, 반도체를 비롯해 미국이 추진하는 중국 배제 글로벌 공급망 구축 가능성을 경계해왔다.
둘째,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문제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지난달부터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이른바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 유지를 부쩍 강조해왔다. 실제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를 “과거의 부채”로 표현하며, “어떠 나라든, 누가 집권하든, 대내적으로 어떤 정치적 수요가 있든 간에, 대외정책의 기본적인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역사 존중이자 자기 존중이며, 이웃 간의 소통에서 응당 있어야 할 도리”라고 말한 바 있다.
셋째, 한반도와 주변 정세다. 박 장관은 정부가 이른바 ‘담대한 계획’으로 불리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설명하고, 중국 쪽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진 7차 핵실험을 포함해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할 수 있도록 중국 쪽이 건설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중국 쪽은 최근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 조처가 없었고,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전례 없이 강력한 군사적 대응에 나서면서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쪽이 모든 책임을 미국 쪽에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가치 외교’를 앞세워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어떤 대응에 나설 지도 관심사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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