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중 수교 30주년(24일)을 앞두고 취임 뒤 첫 방중 길에 나선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회담에서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중 양국이 상호존중에 기반해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협력적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도 “(한-중 관계의) 미래 30년을 향해 양쪽은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고, 서로의 중대 관심사항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소인수 회담에서 두 장관은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정세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 외교안보 사안, 이른바 ‘칩4’로 불리는 한·미·일·대만의 반도체 공급망 대화체를 비롯해 미국이 주도하는 소다자 협의체와 관련된 내용 등이 집중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쪽이 경계하는 ‘칩4’와 관련해 박 장관은 “예비회담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왕 부장에게 전하면서 “우리의 국익에 따라 판단한 것으로서 어떤 특정국가를 배제하거나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또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유사한 문제 등과 관련해 국익에 기초해 판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왕 부장은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하고, 평등과 존중을 견지해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최근 북한의 지속적 도발로 전례없는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로 나올 수 있도록 중국 쪽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이에 왕 부장은 가능한 건설적 역할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히면서도, 북-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국 쪽의 ‘소극적 태도’에 아쉬움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장관은 사드 문제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비교적 명확하게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향후 이 문제가 양국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는 점에 대해선 양쪽의 입장이 일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열린 확대 회담에선 수교 3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가 집중됐다. 두 장관은 올 하반기 차관급 외교·안보대화(2+2)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하는 한편, 정상외교를 포함한 고위급 소통의 중요성에 적극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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