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한 직원이 인권이사회 이사국 투표함을 옮기고 있다. 유엔 제공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이사국 선거에서 3표 차로 낙선해 연임에 실패했다. 지난 2006년 인권이사회 설립 이후 이사국 선거에서 한국이 탈락한 것은 처음이다. 여야는 서로 전, 현 정부 탓이라며 공방을 벌였다.
외교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123표를 얻어 5위에 그쳤다고 12일 외교부가 발표했다. 인권이사회는 안전보장이사회(UNSC), 경제사회이사회(ECOSOC) 등과 함께 유엔 3대 핵심 기구로 평가된다. 한국은 지난 6월 경제사회이사회 선거에서는 이사국에 당선됐다.
세계 권역별로 배정된 인권이사회 이사국은 모두 47개국인데,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192개국) 가운데 다득표순으로 뽑는다. 이번 선거엔 아시아 태평양 국가 중 8개국이 출마했으며 방글라데시(160표)를 포함해 △몰디브(154표) △베트남(145표) △키르기스스탄(126표) 등 4개국이 3년 임기(2023~2025년)의 이사국에 당선됐다. 한국은 2006~2008년 초대 이사국이 된 뒤 3연임 제한 규정에 따라 불출마한 2012년과 2019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인권이사회 이사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기구 선거에선 각국이 상호지지, 교환지지 등의 형태로 표를 주고받는다”며 “(한국이) 올해 예년보다 많은 14개 국제기구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득표 활동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직접적인 낙선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야는 인권이사회 이사국 연임 실패가 서로 전, 현 정부 탓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북한의 심기보좌’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권 외교의 결과가 국제적 망신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것이 진짜 외교참사다”라고 논평했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외교참사·거짓말 대책위원회는 “잇따른 외교참사를 빚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미숙으로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다시 한번 추락한 것이다. 자신들의 무능과 불성실은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전 정권 탓만 하는 모습을 보니 한숨만 나온다”라고 논평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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