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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미·중 패권 갈등은 장기 소모전…전세계 중재 나서야”

등록 2022-10-26 18:54수정 2022-10-27 02:42

2022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제1세션 ‘미·중 경쟁과 국제질서의 미래’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아펙(APEC)하우스에서 열린 2022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제1세션 ‘미·중 전략경쟁과 나토의 확장, 그리고 국제질서의 미래’에 화상으로 참석한 스테인 퇴네손 오슬로평화연구소 명예 연구교수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부산/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아펙(APEC)하우스에서 열린 2022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제1세션 ‘미·중 전략경쟁과 나토의 확장, 그리고 국제질서의 미래’에 화상으로 참석한 스테인 퇴네손 오슬로평화연구소 명예 연구교수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부산/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6일 ‘2022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기조발제자로 참여한 스테인 퇴네손 오슬로평화연구소 명예 연구교수는 “미·중 갈등의 격화는 중립국, 파트너, 동맹국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제 모든 중소 강국과 지역적 조직은 미·중 관계의 갈등 상황의 전환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네손 교수는 동남아시아 국가 건립과 남중국해 갈등, 베트남 내 혁명과 전쟁, 미얀마 내전 등 동아시아 평화를 연구해왔다.

‘미·중 전략경쟁과 나토의 확장, 그리고 국제질서의 미래’를 주제로 한 제1세션에서 토론자들도 “미·중 전략경쟁이 완화되고 미·중 지정학적 대립이 완화되려면 한국 같은 중견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동남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동북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나서 미국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평화적 수단으로 변화가 이뤄질 때까지 현상 유지를 촉구하는 등 과거의 약속을 존중하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퇴네손 교수는 미국과 중국 갈등에서 한국의 중재자 역할로 “한국이 중국과 교역·협력을 계속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중국을 세계 공급망에서 탈동조화(디커플링)로 고립시키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도 “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실용과 실익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미·중 패권 갈등은 장기적 소모전으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고 한국이 한 진영을 선택하는 전략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연한 실리외교와 함께 장기적으로 양측 모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퇴네손 교수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미·중 갈등 완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이를 방해하려는 세력을 견제하며 녹색 글로벌 성장을 위해 상업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술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중국과 미국, 특히 기업과 국가 간 협력과 생산적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인 조합이 필요하다”고 봤다.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도 서면 토론문을 통해 “중국과 미국은 기후변화와 핵 확산과 같은 세계적인 문제에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바이든 정부하에서, 미국은 세계를 탈탄소 또는 적어도 탄소중립 환경으로 만들려는 국가들의 최전선으로 뛰어들고자 시도할 것”이라며 “두 초강대국을 이 방향으로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한, 이러한 경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세계에도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현재 상황을 신냉전으로 섣부르게 단정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형 교수는 “30년간 이어진 탈냉전 체제의 붕괴는 분명하지만, 신냉전을 기정사실로 단정하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그 이유로 두 진영으로 확연하게 나뉜 냉전 때와 달리 지금은 너무 많이 연결돼 있어, 억지로 분리한다면 의도대로 되는 게 아니라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적으로 ‘친중 대 친미’ 프레임으로 진영을 나누고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켄베리 교수도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시작해 미국의 모든 자산을 활용하지만 이것이 신냉전이 될 필요는 없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장기적인 경쟁을 목표로 동아시아와 민주주의 세계 전반에 걸친 협력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회를 맡은 문정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은 “미·중 전략경쟁이 완화되고 미·중 지정학적 대립이 완화되려면 한국 같은 중견국가가 나서야 한다”며 “미국이 만든 자유주의 질서를 미국이 깨려고 하는데 이에 대처하는 담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션 참가자들은 대만해협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드러냈다. 기조발제를 통해 퇴네손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직접적으로 가능한 여러 잠재적 위험지역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위험 지역은 대만해협”이라고 꼽았다. 그는 대만을 유엔의 정식회원국이자 하나의 독립국가로 남겨두는 것이 중국에 최상의 국익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대만해협에서 충돌을 야기하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며, 대만해협이 우려하는 것처럼 일촉즉발 위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안정을 회복하려고 해 결국 큰 갈등으로 비화되진 않을 것”이라며 “대만해협은 안정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제2차대전 이후 최대의 지정학 위기’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퇴네손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예상 시나리오를 △러시아의 공격 역량 소진으로 올겨울 동안 전쟁 교착 상태 지속 △우크라이나의 선전으로 예상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스인훙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될 경우 더 적극적으로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종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쪽으로 몰려가는 게 아닌가. 모든 나라가 국내 정치가 우선인데 푸틴 대통령이 국내에서 절박한 상황이라면 ‘마지막 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션을 마무리하면서 문정인 이사장은 “신냉전 대두는 막아야 한다”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힘을 통한 안보보다는 평화의 담론을 통한 안보”라고 말했다.

부산/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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