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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미, 연합훈련 이어 ‘북 체제종말’ 언급…한반도 극한대결 치닫나

등록 2022-11-04 18:14수정 2022-11-06 02:30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2022년 4월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한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북한, ‘화성-17형' 미사일. 연합뉴스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2022년 4월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한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북한, ‘화성-17형' 미사일. 연합뉴스
북한은 4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기간 연장에 반발하며 “자주권과 안전 이익을 침해하려는 적대 세력들의 그 어떤 기도에 대해서도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초강력 대응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질런트 스톰을 두고 남북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며 한반도 긴장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남북의 맞대응이 거의 즉각적으로 이어지면서 우발적 충돌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은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정부가 전날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하루 더 연장하자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라고 즉각 반발하며 이날 오후까지 무력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한국시각 5일 오전 4시)를 앞두고 추가적 대응을 경고한 것이다. 북한은 또 최근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명백히 미국과 남조선이 우리에 대한 ‘압도적 대응’을 운운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합동공중타격훈련을 벌려놓은 것으로 하여 초래”됐다며, 한·미 쪽에 책임을 돌렸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1일 비질런트 스톰이 시작된 뒤부터 “침략형 전쟁연습”(3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이라고 비난하며, 전례를 뛰어넘는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2일 분단 뒤, 처음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 북한은 이날 이 미사일을 포함해 총 25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하루 발사한 미사일로는 가장 많은 숫자였다.

3일에는 5월에 이어 다섯달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쐈다. 남쪽도 같은 날 엔엘엘 이북 해상에 공대지 미사일 3발을 발사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남북은 모두 9·19 군사합의를 어긴 것이다.

특히 이날 남쪽이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5일까지 하루 더 연장하자, 밤에 추가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과 포탄 80여발을 쏘는 등 사실상 종일 무력시위를 벌였다.

4일에도 북한은 오전 11시께부터 4시간여 동안 다수의 전투기·폭격기를 동원해 전술조치선 이북(북한 영공)의 내륙과 동해·서해상 등에서 공대지 사격과 폭격 등의 활동을 했고, F-35A 등 남쪽 전투기들이 긴급 출격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한·미에 견줘 공군력이 현격히 열세인 탓이 크다. 특히 이번 비질런트 스톰은 한·미 항공전력 240여대가 참가하는 사상 최대 규모라 북한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한-미 연합훈에 대해, 북한을 직접 공격하는 ‘참수작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의 ‘민감한 반응’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8월5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실무급 양자협상을 앞두고 도발적 연합군사훈련이 취소·연기될 것으로 믿었다”며 “저는 기분이 상했고, 이를 각하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비질런트 스톰 훈련은 5일 끝날 예정이지만, 남북 긴장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한·미 군 당국은 3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한 연례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스시엠)에서 핵 사용 기도 시 김정은 정권 종말 초래, 연합훈련 연례화 등 북한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김창수 전 청와대 통일비서관은 “북한은 그간 대남·대미 협상의 전제로 연합훈련 축소·중단을 내걸었고, 북이 가장 격렬하게 반응하는 게 바로 체제 생존 문제”라며 “에스시엠 공동성명이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건드린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 긴장의 최정점을 향한 극한 대결에 시동이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인환 inhwan@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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