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주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대리인단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피해자 배상 해법에 대한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한-일 외교당국 간 최종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피해자 쪽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정 공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16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주최 간담회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을 통한 이른바 ‘제3자에 의한 중첩적·병존적 채무인수’ 방안의 법적 유효성을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재단이 조성한 기금으로 일본 가해 전범기업 대신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방안을 강제동원 해법으로 공식화했다. 재단이 피고인 가해 전범기업의 채무(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른 배상 책임)를 넘겨 받아,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수혜기업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원고(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뼈대다.
임 변호사는 “정부는 원고들의 채권을 소멸시키기 위해 두가지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원고들의 합의를 얻어 채권포기각서 서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임 변호사는 “정부가 일본에 요구하고 있다는 ‘성의 있는 호응’ 역시 한국 내 여론 등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많은 원고들을 설득해 채권포기각서에 서명하게 하려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채권 포기를 거부하는 경우를 대비한 일방적 공탁 방식도 거론된다. 피고 기업들과 채무인수 계약을 체결한 재단이 채무자 지위로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른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한 뒤, 이를 근거로 배상판결 이행을 위해 원고들이 제기한 피고 기업의 한국 내 자산 강제매각 소송(집행사건)에서 ‘채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임 변호사는 “집행사건에 제출된 공탁서의 유효성, 구체적으로 재단의 채무자성(병존적 채무인수 계약의 유효성)에 관해 법적으로 다툴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일 정부가 예상하는 것과 달리 집행사건은 쉽게 기각되지 않고 법정 분쟁이 장기화할 것이며, 실제 매각 명령 결정이 확정돼 경매가 개시되는 (피고기업의 한국 내) 자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피고 기업의 한국 내 자산 강제매각이 이뤄지면 한-일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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