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응책 고심…90%이상 20년 넘어 무상인수 등 추진
정부는 미국이 한반도 전시에 대비해 한국의 탄약고에 비축해 놓은 5조원 규모의 전쟁예비탄약(WRSA탄) 가운데 상당량을 ‘공정가격’으로 구매해주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공정 시장가격’(fair market value)으로 전쟁예비탄약을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탄약처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며 “이 법률에 따라 한국에 공정가격으로 전쟁예비탄약을 구매해주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낡은 탄약을 구매하는 데 국제적으로 공인된 시장가격은 없다”며 “미국이 이런 요구를 할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최근 미국의 전쟁예비탄약 처리를 규정한 법률에 대한 대응 방안을 연구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법무관리관실 산하에 편성했다.
미국은 1974년부터 5년 동안 한국에 들여와 저장해놓은 전쟁예비물자의 90% 가량인 탄약(WRSA탄)이 오래돼 이를 정비·관리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2003년 폐기법을 마련해 2005년 말 발효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의 전쟁예비탄약 프로그램은 2008년 12월 말 종료된다. 구형 총·포탄과 폭탄에서 최신형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280여종 60만t(5조원 규모)에 이르는 전쟁예비탄약 처리와 관련해 미국 쪽은 성능이 양호한 탄약은 주한미군에서 사용하거나 본토로 이전하고 나머지는 한국이 인수해주도록 희망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 정부는 장기저장탄약 중 정비대상 탄약량이 20만여t에 이르고 90% 이상이 20년 이상 장기 보관됐기 때문에, 전량구매 대신 무상인수나 일부 필요한 물자에 한해 선택적으로 구매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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