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9일 도쿄 시내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
“갈등 해소 노력을”…“일본도 역사문제 겸허해야” 화답
일본을 방문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9일 오전 차기 일본 총리가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과 만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자제를 간접적으로 요청했다.
반 장관은 35분에 걸친 회담에서 “양국이 민주주의·시장경제·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정상 교류도 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며 “관계 정상화를 위해 역사 문제를 포함한 갈등 요소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베 장관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아베 장관이 깊은 이해를 가지고 일본 뿐 아니라 동북아 지도자로서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언급은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야스쿠니 참배를 자제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 장관은 회담 뒤 열린 주일 도쿄특파원 오찬간담회에서, 야스쿠니 문제가 첨예하게 부각된 상황에서 차기 총리가 참배하면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아베 장관은 “일본도 역사 문제에 겸허해야 한다”며 “한-일 관계는 매우 중요하므로 나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아베 장관이 “원만한 해양질서 구축을 위해 노력하자”며 독도 주변 해양조사 사전통보제를 사실상 거론한 데 대해, 반 장관은 “문제의 연원은 역사”라며 포괄적 해결을 강조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대화의 필요성을 주장한 반 장관과 압력을 중시하는 아베 장관의 견해가 엇갈렸다. 아베 장관은 “북한이 북핵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강력히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며 대북 제재에 대한 한국 쪽의 이해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반 장관은 “우리 경험에 비춰보면, 압력을 가하더라도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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