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부 여직원들의 환송 이임식을 마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환송 피켓팅을 하는 여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인사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무인도에 버려진 것 같은 상실감” 토로하기도
“다들 여기 와 계시니 일은 누가 할지 걱정이 됩니다”
10일 이임식에서 외교통상부 대강당을 가득 매운 외교부 직원들 앞에선 반기문 장관의 웃음 띈 첫마디였다. 장관 재임 2년10개월 동안 111개국을 방문해 374번의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357일을 해외출장으로 보낸 ‘일벌레’ 반 장관의 모습이 묻어났다.
내년 1월부터 제 8대 사무총장으로 유엔을 이끌 반 장관에게 이날은 한국 외무장관으로서는 마지막 날이자, 1970년 5월1일부터 시작한 37년의 한국 외교관 생활을 마무리하는 하루였다.
평상시처럼 새벽 6시께 일어난 반 장관은 마지막까지 바빴다. 요며칠 지독한 감기를 앓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온 그였다.이임 연설을 하기 위해 한남동 장관 공관에서 국회로 향하는 차 안에서도 연설문을 검토하고 전화보고를 받느라 마지막 출근길의 상념에 빠질 틈이 없었다.
오전 10시 국회 ‘고별인사’에서 그는 한국인의 자부심과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저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은 한국인은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 어렵다는 우리 스스로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이며, 국민들이 온갖 시련을 극복하면서 흘렸던 피와 땀과 눈물의 소산”이라고 말하면서 “이제 우리 국민들이 ‘가슴은 한국에, 시야는 세계에’ 두고 세계로 사유의 틀을 확대하고 국제사회에 더 기여할 때 저의 사무총장 진출이 한국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나오자 마자 광화문 외교부 청사로 직행한 그는 오전 11시 이임식 행사장에 섰다. 행사 내내 그의 얼굴에는 떠나는 아쉬움과 복잡한 심정이 짙게 배였다. “요 며칠간 마음 한구석에 불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고 오늘 조국과 여러분 동료들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무인도에 버려진 것 같은 상실감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고 그는 말했다.
반 장관은 “내가 성공한 공무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뜻이 있었는데도 이루지 못한 일도 많았다”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을 여러번 강조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가능한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정착,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도입이 조속히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외교장관으로서 만족스러운 업적으로는 주요국과의 양자관계 발전, 북핵 9.19 공동성명 도출, 개도국들과의 관계 개선 등을 꼽았다.
반 장관은 최근 “사무총장 당선 뒤 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너무 한국과 동북아 문제에 치중해 세계적 현안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절감했다”며 유엔 사무총장에게 주어진 복잡하고 중대한 과제들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화 이후 유권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면서 외교 정책을 집행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외교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지만 특정 유권자들의 이해관계와는 구별되어야 하며 정부가 책임지고 외교를 하고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뼈 있는 말도 남겼다. 이임식이 끝난 뒤 다과회에서 반 장관은 함께 사진을 찍기 원하는 직원 수백명과 일일히 포즈를 취하며 인사를 나눴다. 한 직원이 들고 나온 ‘얼짱, 몸짱, 유엔짱 반기문’이란 푯말을 보고는 “얼짱, 몸짱은 다 아닌데, 유엔짱이 되려고 노력해야 겠다”고 했다. 마지막 퇴근길인 오후 1시30분, 카메라 플레시가 빗발치는 가운데 반 장관은 마지막까지 건물 경비원들과 사진을 찍는 등 따뜻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에이피> <아에프페> <로이터> <엔에이치케이(NHK)> 등 많은 외국언론들도 새 유엔 사무총장을 취재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의 임무는 어려운 과제들이 많다. 세계평화와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박수와 환호 속에 승용차에 올랐다. 어느새 장관 관용차 대신 ‘외빈 201’이라는 외빈용 차량이 그를 태우고 나갔다. 마지막 일정으로 오후 6시30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주한 외교사절단이 마련한 환송행사가 열렸다. 주한 대사 부부 129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선 외교사절단 대표인 알프레도 운고 엘살바도르 대사가 선물을 건냈고 러시아 대사관의 음악 공연과 대사관 직원들의 ‘올드 랭 사인’이 그를 배웅했다.글 박민희, 사진 김봉규 김정효 기자 minggu@hani.co.kr
외교부청사 떠나는 반 장관 UN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를 떠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06.11.10(서울=연합뉴스)
그는 “민주화 이후 유권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면서 외교 정책을 집행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외교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지만 특정 유권자들의 이해관계와는 구별되어야 하며 정부가 책임지고 외교를 하고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뼈 있는 말도 남겼다. 이임식이 끝난 뒤 다과회에서 반 장관은 함께 사진을 찍기 원하는 직원 수백명과 일일히 포즈를 취하며 인사를 나눴다. 한 직원이 들고 나온 ‘얼짱, 몸짱, 유엔짱 반기문’이란 푯말을 보고는 “얼짱, 몸짱은 다 아닌데, 유엔짱이 되려고 노력해야 겠다”고 했다. 마지막 퇴근길인 오후 1시30분, 카메라 플레시가 빗발치는 가운데 반 장관은 마지막까지 건물 경비원들과 사진을 찍는 등 따뜻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에이피> <아에프페> <로이터> <엔에이치케이(NHK)> 등 많은 외국언론들도 새 유엔 사무총장을 취재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의 임무는 어려운 과제들이 많다. 세계평화와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박수와 환호 속에 승용차에 올랐다. 어느새 장관 관용차 대신 ‘외빈 201’이라는 외빈용 차량이 그를 태우고 나갔다. 마지막 일정으로 오후 6시30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주한 외교사절단이 마련한 환송행사가 열렸다. 주한 대사 부부 129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선 외교사절단 대표인 알프레도 운고 엘살바도르 대사가 선물을 건냈고 러시아 대사관의 음악 공연과 대사관 직원들의 ‘올드 랭 사인’이 그를 배웅했다.글 박민희, 사진 김봉규 김정효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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