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유엔 조직개편안 반발 조정…지도력 위기 넘겨
취임 초기 개도국과 비동맹 회원국들의 반발을 샀던 반기문(사진) 유엔 사무총장이 지도력 위기의 고비를 넘기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반 총장은 16일(이하 현지시각) 192개 회원국 대사들이 참석한 3시간 동안의 비공개 회의를 계기로, 기구 개편안에 대한 오해를 씻어냄과 동시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 이를 관철했고 자신에 대한 의혹의 눈길까지 해소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5일 열렸던 회원국 대사 회의에서 반 총장이 제시한 기구개편안에 대해, 132개 비동맹을 대표해 “기존 절차를 무시하고 대사들을 직원 부리듯 한다”며 반기를 들었던 무니흐 아르캄 파키스탄 대사도 이날 회의 뒤에는 “(반 총장이) 절차를 존중하겠다고 분명하게 얘기해 분위기가 매우 좋아졌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정무담당 차장에 미국인을 임명하면서 정무 부문의 역할을 확대하고, 평화유지군 담당부서를 확대하는 대신 비동맹이 중시하는 군축국 책임자를 사무차장보로 강등하는 내용의 기구개편안을 제안했다가 개도국들과 비동맹국가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반 총장은 이날 회의 개막 연설에서 회원국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총회 상정 전에 재정위원회와 평화유지위원회가 검토하도록 할 것과 총장 직속의 군축국에 사무차장급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한발 물러섰다. 회의에 참석한 많은 대사들은 반 총장이 뒤늦었지만 회원국과 협의하는 자발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게르하르트 판젤터 오스트리아 대사는 “비판적인 분위기 이후 반 총장이 강도 높은 협의를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총회로부터 광범위한 정치적 지지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시마 겐조 일본대사는 “회원국들이 보다 상세한 계획에 기뻐했으며 사전에 이렇게 명확히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주변에서는 총회를 대변하는 개도국·비동맹 회원국들의 시험대에 올랐던 반 총장이 자칫 자신의 권위를 축소할 수 있는 비동맹 등의 반발에 굴복하지 않고 세련되게 일을 잘 처리해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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