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22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동행한 한승주 전 주미대사. 외교통상부 제공
정몽준-해들리 만나던 중 부시 들러 20분 면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22일(현지시각) 특사 자격으로는 이례적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을 만나, 이 당선인의 조기 방미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을 20분 남짓 면담했다”며 “부시 대통령에게도 적절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해주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통령 당선인 특사가 미국 대통령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주 중동 순방에서 돌아온 이후 사흘간 연휴가 계속돼 정확한 일정 확인이 어려웠다”며 “부시 대통령의 바쁜 일정 때문에 이날 오전 면담 직전에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5년 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의 정대철 특사는 딕 체니 부통령만 만나 친서를 전달했다.
정 의원과 체니 부통령과의 공식 면담 일정이 23일 오후로 확정되면서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은 사실상 불발로 끝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정 의원이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면담 성사 협조를 요청하는 등 각종 외교 채널을 동원해 끝까지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했다. 이에 백악관은 정 의원 등 특사단이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는 자리에 부시 대통령이 들르는 형식으로 면담을 주선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미 관계 복원을 희망하는 이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받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의 필요성 △한-미 동맹 강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정 의원은 전했다. 정 의원은 “국정연설 준비와 경제 문제 등으로 회의 일정이 꽉 찬 상태인데도 면담에 응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한-미 관계를 중시하고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당선인의 방미는 국빈방문 형식도 추진되고 있지만 그보다는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의 회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 당선인의 방한 초청 의사를 전달받은 뒤 7월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주요8국(G8)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 방문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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