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외교 스타일
통역 없이 영어로 연설
부시 등 치고 끌어안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첫 순방을 통해 자신의 외교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의 스타일은 ‘실용’이란 말로 압축된다. 이 때문에 ‘공식’과 ‘비공식’의 경계를 넘나들 때가 많은데, 때론 아슬아슬하게 보일 때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7일간 42개 일정을 소화했고, 이 대통령이 직접 만난 사람만도 200여명에 이른다. 이 대통령은 일본에 도착한 뒤, 기자들에게 “내가 생각해도 (일정이) 너무했더라”, “내가 사람은 잘 기억하는데, 이번엔 하도 많이 만나서 막 헷갈려”라고 말하기도 했다. 빡빡한 일정 외에도 이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한국투자설명회(17일)에서도 애초 우리말 연설을 영어 연설로 바꿨는데 이 역시 실용적 차원이었다. “통역을 하지 않으면 같은 시간에 말을 두 배로 많이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외국에서 자기 나라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논란의 소지는 있다.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상대방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도 특징이었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처음 본 부시 대통령의 등을 툭툭 치거나, 끌어안으며 친근감을 과시하고, 기자회견 중에도 부시 대통령의 농담에 고개를 뒤로 젖히고 껄껄 웃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골프 카트의 운전을 자처한 건 대표적이고, 기자회견장에서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를 향해 “굿모닝 로라”라고 한 것도 이전의 대통령과는 많이 다르다. 짧은 단어 구사로 청중의 폭소를 유도하는 ‘이명박식 영어’는 이제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을 조짐이다. “He is guest”(부시 대신 카트를 몰면서), “Why don’t you ask me know-how to win the primary?”(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중도사퇴한 것을 말하며) 등이 대표적이다. 유머를 통해 딱딱한 외교적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서로가 친밀감을 느끼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일본에서는 “곤니치와”(안녕하세요?), “아리가토 고자이마시타”(감사합니다) 등 짧은 인사말을 일어로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격식파괴형 스타일이 자칫 중대한 문제를 희화화하거나 논점을 흐려 외교적 실수로 이어질 가능성은 염려된다. 한-미 쇠고기 협상 발표 직전인 17일 ‘시이오라운드 테이블’에서 “밤샘협상 했다고 들었는데, 잠결에 합의된 것 같다”고 말했는데, 비록 농담이지만 자칫 오해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부시 등 치고 끌어안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첫 순방을 통해 자신의 외교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의 스타일은 ‘실용’이란 말로 압축된다. 이 때문에 ‘공식’과 ‘비공식’의 경계를 넘나들 때가 많은데, 때론 아슬아슬하게 보일 때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7일간 42개 일정을 소화했고, 이 대통령이 직접 만난 사람만도 200여명에 이른다. 이 대통령은 일본에 도착한 뒤, 기자들에게 “내가 생각해도 (일정이) 너무했더라”, “내가 사람은 잘 기억하는데, 이번엔 하도 많이 만나서 막 헷갈려”라고 말하기도 했다. 빡빡한 일정 외에도 이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한국투자설명회(17일)에서도 애초 우리말 연설을 영어 연설로 바꿨는데 이 역시 실용적 차원이었다. “통역을 하지 않으면 같은 시간에 말을 두 배로 많이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외국에서 자기 나라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논란의 소지는 있다.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상대방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도 특징이었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처음 본 부시 대통령의 등을 툭툭 치거나, 끌어안으며 친근감을 과시하고, 기자회견 중에도 부시 대통령의 농담에 고개를 뒤로 젖히고 껄껄 웃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골프 카트의 운전을 자처한 건 대표적이고, 기자회견장에서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를 향해 “굿모닝 로라”라고 한 것도 이전의 대통령과는 많이 다르다. 짧은 단어 구사로 청중의 폭소를 유도하는 ‘이명박식 영어’는 이제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을 조짐이다. “He is guest”(부시 대신 카트를 몰면서), “Why don’t you ask me know-how to win the primary?”(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중도사퇴한 것을 말하며) 등이 대표적이다. 유머를 통해 딱딱한 외교적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서로가 친밀감을 느끼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일본에서는 “곤니치와”(안녕하세요?), “아리가토 고자이마시타”(감사합니다) 등 짧은 인사말을 일어로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격식파괴형 스타일이 자칫 중대한 문제를 희화화하거나 논점을 흐려 외교적 실수로 이어질 가능성은 염려된다. 한-미 쇠고기 협상 발표 직전인 17일 ‘시이오라운드 테이블’에서 “밤샘협상 했다고 들었는데, 잠결에 합의된 것 같다”고 말했는데, 비록 농담이지만 자칫 오해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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