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내부사정 따라 FTA 등 재협상 거쳐
시민단체 “미 요구땐 재협상, 국민 요구는 묵살”
시민단체 “미 요구땐 재협상, 국민 요구는 묵살”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과 관련해 정부는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3일 국회에 나와 “여론의 동향 때문에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성립되기 어렵다. 국제기준을 뒤엎을 만한 과학적 설명이나 발견이 있기 전에는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말 그럴까? 최근 몇년 사이 한-미간 주요 현안과 관련한 협상 경과를 되돌아보면 재협상의 선례는 얼마든지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및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우, 양국은 지난해 4월2일 협상 타결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해 5월10일 미 행정부는 의회와 신통상정책에 대한 합의사실을 공표했고, 이어 6월19일 한국 정부에 추가 협상을 요청했다. 미 행정부는 신통상정책에 따라 노동·환경 등 7개 분야에 걸쳐 새로운 제안을 내놨고, 양국 정부는 6월21~22일, 25~26일 두차례 협상을 벌였다. 그리고 6월30일 양국 정부는 협정문에 서명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두 차례의 협상을 ‘추가협상’이라고 표현했지만, 언론은 ‘재협상’이라고 불렀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주한미군 기지를 통폐합하는 종합계획인 연합토지관리계획의 경우엔 아예 협정을 개정했다. 애초 한-미 양국 정부는 2002년 3월29일 협정에 서명했고, 그해 10월 이 협정은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 발효됐다. 하지만 2003년 미국은 주한미군 2사단의 일부 병력을 이라크전에 참여시켰고, 국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을 발표했다. 미국 쪽 사정으로 협정 개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때마침 용산기지 이전 협상까지 겹쳐 양국 정부는 재협상을 벌여 2004년 개정 협정에 서명했다.
유영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정책실장은 16일 “한-미간에는 미국 쪽 요구로 재협상한 선례가 여럿 있는데, 미국산 쇠고기 합의에 대한 재협상을 할 수 없다는 정부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의 정당한 우려와 요구를 반영해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는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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