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칼로스 구티에레즈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반갑게 손을 잡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 4월 협상전 미 일간지 보도…‘외교부 주도설’ 정황 확인
정부가 지난 4월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태식 주미 대사가 미국 네브래스카 등 축산업이 발달한 3개 주를 방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국 의회 비준동의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조처가 풀릴 것임을 내비치는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쇠고기 협상은 국민 건강보호를 위한 위생 검역의 문제로 에프티에이와는 별개로 진행됐다”는 지금까지 정부의 공식 설명과는 배치되는 것이며,“이번 쇠고기 협상은 외교통상부가 주도한 것”이라는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최근 발언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이기도 하다.
미 네브래스카주 최대 일간지인 <오마하 월드 헤럴드>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이태식 대사는 지난 4월1일(현지시각) 데이브 하인먼 네브래스카 주지사와 현지 축산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정부는 월령과 부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쇠고기 시장 개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과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대사는 특히 “미 의회에서 자유무역협정이 다뤄지기를 바라는 한국 정부의 희망이 쇠고기 분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쇠고기 문제는) 자유무역협정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어 우리 정부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축산협회(NCBA) 홈페이지에서도 “이태식 대사가 지난 3월31일부터 미국 네브래스카 등 축산업이 발달한 3개 주를 방문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시장 개방의 돌파구가 열릴 것임을 시사했다”고 소개했다. 축산협회는 또 “이 대사가 네브래스카 주지사 초청으로 오마하를 방문해 현지 축산업 관계자들과 오찬을 하면서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뼈 있는 쇠고기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사가 네브래스카주 등을 방문한 것은 한-미 쇠고기 협상(4월11~18일)이 열리기 11일 전으로, 미 축산협회 등의 전언대로라면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방침을 외교통상 라인에서 미리 정해 놓은 가운데,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형식적인 협상만 한 셈이 된다. 과천청사 쪽의 공무원들도 “협상은 외교부가 다 해 놓고 매는 농식품부만 맞고 있다. 김성이 장관이 말을 거칠게 했지만 다 맞는 얘기다”라며 외교통상부 책임론에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날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이 대사가 네브래스카 주지자 등과의 면담에서 한 원론적인 발언을 미 축산협회가 주관적으로 확대해석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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