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대지진·대만주석 방중에 가려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이 때를 잘못 만났다. 쓰촨성 대지진에다 우보슝 대만 국민당 주석의 방중까지 겹쳐 중국에서 한-중 관계 격상에 걸맞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27일 방중을 전하는 뉴스는 관영매체인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나 <신화통신>의 인터넷판에서도 지진 속보에 밀려 몇 계단 아래 배치돼 있다. <중국중앙텔레비전>은 이날 오전까지도 주요 뉴스시간에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조차 이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할 때까지 홈페이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따로 예고하지 않았다.
주요 국가의 정상이 중국을 찾을 때마다 관영매체들이 따로 두던 특별코너도 이번엔 찾아볼 수 없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이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실었을 뿐이다. 29일로 예정된 이 대통령의 베이징대 연설도 학교 행사로 국한돼 치러진다. 지진이 나기 전 중국을 찾은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베이징대 연설은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반면 우보슝 주석은 극진한 환대를 받고 있다. <중국중앙텔레비전>은 26일 그가 난징에 도착하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27일 우 주석을 단장으로 한 국민당 대표단 16명이 중화민국의 국부인 쑨원(손문)의 묘소 ‘중산령’을 참배하는 모습도 실시간으로 내보냈다. 우 주석은 이날 중산령에 들어갈 때 국가원수급에게만 열리는 정문을 통과했다.
우 주석은 2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다. 중국 공산당이 집권한 대만 국민당과 영수회담을 하는 것은 1949년 이후 처음이다. 우 주석은 중산령에서 “혈연관계는 말살할 수 없다”(血脈相連是抹殺不了)며, 중국과 대만이 한 핏줄로 묶인 관계임을 강조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각국 정상과 요인들도 대지진의 여파로 관심 밖으로 밀렸다. 이 대통령에 앞서 23일 중국을 찾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지진 속보에 치여 주목을 받지 못했다. 취임 이후 주요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을 찾은 그의 성의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24일 지진의 진앙인 원촨현 잉슈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보도도 원자바오 총리와 만나 국제사회의 지원을 약속했다는 정도에 그쳤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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