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호 하사 폭탄테러 순직
피랍인질 23명 중 2명 피살
피랍인질 23명 중 2명 피살
“한국인들이 아프간에서 큰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는 데니스 와일더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의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한국정부 당국자들은 파병 요청일 수도 있지만, 그밖에 다른 방식의 기여 확대를 의미한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한다. 아프간 파병이 그만큼 위험하고 민감한 쟁점인 까닭에 언급 자체를 조심스러워 하는 인상도 묻어난다.
한국군은 이미 지난해 12월14일 동의·다산부대원 195명이 전원 아프간에서 철수한 바 있다. 한국은 9·11테러 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명분으로 아프간을 공격한 이후인 2002년 9월 국군의료지원단(동의부대)을, 2003년 2월 건설공병지원단(다산부대)를 각각 파병한 바 있다.
동의·다산부대는 지난해 2월 통역병인 고 윤장호 하사가 부대 정문 앞에서의 폭탄 테러로 순직하는 사건을 겪었다. 해외 파병 사상 최초의 테러로 인한 사망이었다.
지난해 7월엔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 23명을 인질로 잡고 한국군 철군을 요구하는 전대미문의 피랍사태가 빚어졌다. 당시 인질 2명이 피살되고, 21명이 풀려났다. 두 부대 철군은 당초 예정된 것이긴 했지만, 정부는 철군 일정을 조기에 확정·발표함으로써 피랍사태 진화에 나섰다. 당시 탈레반은 한국군 철군에 만족을 표시하면서 “재파병이 이뤄질 경우 한국인에 대한 위협이 재개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최근 기독교계 일각에선 해당 지역으로 선교사를 다시 파견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은 5일 “국내 선교단체들의 이슬람국가 위험지역 방문이 늘어나면서 각종 사건과 사고, 외교적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며 관련 활동을 자제해달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한편 한국군 철군 뒤에도 미국은 지속적으로 아프간에서의 한국의 기여를 요구해왔다. 한국 정부는 국내 정치적 부담이 큰 재파병 대신 지역재건팀(PRT) 파견을 통해 미국 요구를 수렴하는 방식을 취했다. 지역재건팀은 외교부 주관으로 지난 3월초 준비팀이 아프간에 첫발을 디뎠고, 6월30일엔 한국병원이 바그람 기지 안에 문을 열었다. 현재 민간과 군 의료진, 직업훈련원 준비팀, 행정요원 등 26명이 파견돼 있다.
최근까지 지역재건팀과 관련해 한미간 실무협의 쟁점은 경찰 파견 문제였다. 미국은 아프간 경찰 요원 훈련을 위한 교관 파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4일 아프가니스탄 보안군(경찰)을 훈련시키기 위해 배치된 해병대 1000명의 주둔을 30일간 연장하는 등 아프간 경찰력 증강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10여명 가량의 경찰 교관 요원 파견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한미간 결론은 아직 없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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