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대책 TV 발표 때문에 늦어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29일 정오(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 녹실에서 열렸다.
이날 두 정상의 단독회담은 예정보다 20여분 길어졌다. 이 대통령이 시베리아 천연가스 파이프관이 러시아-북한-남한을 거쳐 연결되는 지도까지 준비해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30여분 동안 상세하게 설명하느라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푸틴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이 지도를 가지고 가 상세히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30여분 동안 “(가스관이) 철로를 따라 이어지면 비용이 절약된다”고 설명하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북한을 적극 설득하겠다”고 답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회담 중 “효율적 물류수송을 위해 전용항구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 건설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부지를 공급해 주면 우리가 민간 차원에서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관계 장관에게 검토를 지시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미묘한 대목도 나타났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우리는 남북간 정치, 경제, 인도적인 접촉이 계속됐으면 하고, 특히 2007년 남북정상 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됐으면 한다”며 지난해 10·4 선언을 언급하자, 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 당국자를 상대로 진의 설명을 요구했다. 이명박 정부는 10·4 남북 정상선언에 대한 명료한 이행의지 언급을 꺼리고 있다. 이에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외무차관은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하면서 과거 남북 관계의 진전사항 가운데 최근의 것을 하나의 예를 든 것”이라며 “오해가 없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고 청와대 쪽이 전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러시아의 실력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면담을 했는데, 푸틴 총리가 약속시간보다 40여분 늦어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었다.
이 대통령과 푸틴 총리의 면담은 애초 29일 오후 5시(이하 현지시각) 모스크바의 러시아 정부 영빈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마침 이날 푸틴 총리가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된 러시아 정부의 대책을 텔레비전 생중계로 발표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이 일정이 예상보다 길어진 것이다. 이에 푸틴 총리 쪽에서 이 대통령 쪽에 연락해 사전 양해를 구했다. 이 대통령은 숙소인 크렘린궁 영빈관에서 기다리다가, 일정을 마친 푸틴 총리 쪽의 연락을 받고 회담장으로 갔다.
푸틴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약속시간에 늦은 것을 사과했고, 이 대통령은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 회담에서 푸틴 총리에게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하면서 러시아 정부가 이를 성실히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고, 푸틴 총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모스크바/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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