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첫 남북 당국자 간 접촉인 남북군사실무회담이 열린 지난 2일 북쪽 수석대표인 박림수 대좌(가운데) 등 대표단이 남쪽 대표단의 안내를 받아 판문점 남쪽지역인 ‘평화의 집’으로 가려고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북 테러지원국 해제 이후
[전문가들 ‘대북정책 전환’ 목소리]
[전문가들 ‘대북정책 전환’ 목소리]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대대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핵화와 북-미관계의 진전이라는 객관적 여건 호전에 비춰볼 때 지금이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선제적 대북정책을 펼 적기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때를 놓친다면 이후 가팔라질 북-미관계의 급진전 구도 속에 남한만 외톨이가 돼 북핵외교와 남북관계 모두에서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핵연계 풀어야 경협 등 진전” “10·4선언 이행 약속해야”
정부는 아직 조심스러운 태도다. 외교통상부는 12일 낸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관련 성명’에서 “북한이 우리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고 남북대화에 호응하여 남북관계가 상생공영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원칙적인 태도를 표명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좀 더 구체적으로 “테러지원국 해제에 따라 내부적으로 여러가지 대북사업의 재조정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불능화조처 복귀에 따라 6자회담 차원에서 북한에 제공키로 했던 철강재 3천t을 이달 말까지 예정대로 배송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대북 식량지원의 구체적 검토에 나설 뜻도 밝혔다. 그는 “통일부 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연말까지는 식량지원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물량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시한을 설정해 말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더욱 근본적인 대북정책 전환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정부가 남북관계에 나설 여건이 마련됐지만, 지금 상태로는 북한이 받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단언했다. 조 실장은 북핵폐기를 남북관계의 전제로 삼는 ‘비핵개방 3000’ 구상 식의 연계를 푸는 것이야말로 대북정책 전환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핵화는 국제공조가 필요한 부분인 반면, 남북관계는 민족내부 문제”라고 지적했다. 두 부분을 전제와 결과로 묶다보니 경협과 이산가족, 신뢰구축 등 남북간에 다뤄야 할 사안들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북정책에서 이념성을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먼저 고개숙이고 나오기만 원하고 있다”며 “이는 실용 아닌 완전한 ‘이념’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 역시 현 정부 대북정책의 이중잣대를 버릴 것을 촉구했다. 박 교수는 “10·4선언의 비용을 문제삼으면서 정작 ‘비핵개방 3000’의 엄청난 비용은 도외시하고 있다”며 “정략적이고 편파적 태도를 벗어나 10·4선언이 남북관계 진전의 유효한 방안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금융위기 속에서 남북경협은 한국경제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에너지협력을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북정책 전환의 상징적 조처로 ‘10·4선언 이행’ 약속을 첫 손가락에 꼽는 이들도 많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근본문제로 삼고 있는 10·4선언 이행을 약속해야 남북관계가 복원된다”며 “미국에 새정부가 들어서 대북정책을 확정하기 전까지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미국의 결정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북핵 6자회담 개념도
대북정책 전환의 상징적 조처로 ‘10·4선언 이행’ 약속을 첫 손가락에 꼽는 이들도 많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근본문제로 삼고 있는 10·4선언 이행을 약속해야 남북관계가 복원된다”며 “미국에 새정부가 들어서 대북정책을 확정하기 전까지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미국의 결정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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