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중 통일부 장관(오른쪽 세번째)이 11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외통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직권상장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하는 바람에 오전 회의를 열지 못했으나, 박진 위원장이 비준안의 여야 합의 상정을 약속한 뒤 오후에 속개됐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미 FTA ‘새 국면’ 3가지 시나리오
#2 기존 양자협정 폐기하기엔 오바마 정부 ‘부담’
#3 부속 협정 통해 자동차업계 요구 반영할 수도
#2 기존 양자협정 폐기하기엔 오바마 정부 ‘부담’
#3 부속 협정 통해 자동차업계 요구 반영할 수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내 ‘국회 선 비준’ 찬반을 둘러싸고 정국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에프티에이를 둘러싼 재협상 시나리오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향후 시나리오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및 민주당의 입장, 한국 정부의 입장, 양국 내부 여론 등이 얽혀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극단적인 두 가지 시나리오는 미국 오바마 및 민주당 쪽이 한-미 에프티에이를 아예 폐기하거나, 아니면 거꾸로 지난해 서명한 원안 그대로 미 의회 비준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 시나리오 모두 현실성이 없다고 내다본다.
우선 새로 들어설 오바마 행정부가 기존의 양자 통상 협정을 버리고 곧장 민주당 강령인 다자 협상으로 전환하기란 쉽지 않다. 대표적인 다자협상인 도하개발아젠다(DDA)에 합의하기 위해서는 미국 스스로 농업보조금을 삭감해야 하는 등 정치적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협상의 파기에 따른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 손상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한-미 에프티에이를 원안 그대로 의회에서 비준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물론 한국 정부는 내심 이런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자가 그동안 선거운동 과정에서 보였던 발언과 미국 자동차 업계의 상황 등을 고려하면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는 “미국 내에선 자유무역협정이 일반 서민과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아니라 손해만 줬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런 연장선에서 오바마 당선자의 통상 정책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볼 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문을 개정(Reopen)하거나 기존 협정문은 손대지 않은 채 부속협정을 통해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한국이 먼저 국회 비준을 한 상황에서 미국이 협정문 개정을 요구할 경우 한국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게 된다. 거부하기도, 수용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거부하면 한-미 에프티에이의 효력 자체가 없어지게 되고 한-미 동맹의 불협화음을 감수해야 한다. 또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쇠고기 협상 때처럼 엄청난 국내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된다.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우리 쪽이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무척 어려워지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먼저 국회 비준을 하면 한-미 에프티에이가 국내법상의 효력을 발휘하므로, 이와 충돌하는 20여가지 국내 관련법률을 순차적으로 수정하거나 통과시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개정 협상에 들어가면 국내 법·제도 등이 엉클어질 수 있다.
미국이 협정문 본문은 손대지 않고, 부속협정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우회적으로 반영하려 할 수도 있다. 오바마의 한반도팀 자문위원인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 미국 대사도 타협책으로 이런 방안을 내비친 적이 있다. 미국 내 자동차업계의 요구를 반영하면서도 한국 정부의 정치적인 부담은 줄여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개정이든 부속협정 형태든 미국의 요구는 일정하게 ‘한국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의 점유율 보장’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해영 교수는 “미국이 최소한 고속도로 순찰차나 관용차 따위에 대해 미국 자동차를 구매하라는 등의 추가 요구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라며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우리도 어떤 식으로든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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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개정이든 부속협정 형태든 미국의 요구는 일정하게 ‘한국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의 점유율 보장’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해영 교수는 “미국이 최소한 고속도로 순찰차나 관용차 따위에 대해 미국 자동차를 구매하라는 등의 추가 요구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라며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우리도 어떤 식으로든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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