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행보…‘정치적 잣대 적용’ 지적
정부가 지난달 21일 제63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채택된 인권결의안 가운데 북한에 대해선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 찬성표를 던진 반면, 이란에 대해선 기권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정부는 북한 인권결의안과 관련해 “인권은 인류보편적 가치이므로 여타 사안과 분리해 인권 문제 그 자체로 다뤄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 따라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이란에 대해선 석유 등 자원외교 등을 고려해 국익 차원에서 기권한 것으로 밝혀져, 정부가 인권과 국익 사이에서 이중 잣대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날 “이번 유엔총회에 제출된 인권결의안 대상 3개국 중 북한과 미얀마에 대해선 찬성했고, 이란에 대해선 기권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란의 경우 인권 상황이 지난해보다 일부 개선됐다는 점과 이해관계, 특히 석유를 고려해 기권했다”며 “그동안 줄곧 이란에 대해선 같은 이유로 기권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7일 기자 브리핑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데 대해 “인권문제는 여타 다른 사안과 분리해서 인권 자체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차원에서 계속 추구해야 될 것이라는 철학에 바탕을 두고 그렇게 결정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경우 인권상황이 나아진 것이 없고 현 정부의 인권 기조가 우리 동족의 인권 문제에 우리가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을 고려해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공동제안국 참여와 찬성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인권결의안 찬성에 반대 뜻을 보여온 다른 정부 당국자는 “여타 사안과 분리해 인류 보편의 가치 차원에서 인권문제를 다룬다면 이란에 대해선 왜 기권했는지 의문”이라며 “남북 관계의 특수성과 국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만 ‘인권의 보편성’을 갖다대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유엔 인권결의안 자체가 보편성의 원리보다는 국익과 정치적 요인에 의해 찬반이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며 “정부는 석유 확보는 인권보다 우선시한 반면, 남북 관계 악화에 따른 국익 훼손은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라고 평가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