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 회담 수석대표회의 사흘째인 10일 참가국들은 ‘검증의정서 문서화’를 위해 절충을 거듭했으나, 구체적 검증 방법·주체·대상 등 핵심 쟁점에서 북한과 미국 등 나머지 참가국 사이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의장국인 중국은 이날 오후 3시간 가까운 6자 수석대표 사이 집중 협의 뒤 각측에 회기 연장 방침을 밝혔다고 회담 소식통이 전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오후 숙소로 돌아와 “검증과 관련해 회담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며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과도 양자 협의를 했으나 아주 어려운 회담이었다”며 “오늘은 힘들고 긴 하루였다”고 말했다.
김숙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대다수 참가국들이 (중국이 돌린) 검증의정서의 대부분에 관해 공통 의견을 가지고 있었으나, 북한이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이견 조정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북쪽이 현 단계에서 추가적인 과학적 절차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와 관련해 (북-미)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시료채취를 하는 것은 핵능력을 까발리는 것이기 때문에 주권 차원과 국가안보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쪽은 지난 7월 (6자 회담 수석대표회의에서) 합의한 시설방문·문서검토·관계자 면담만으로도 (검증의) 과학적 절차가 이뤄지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우리는 검증과 관련해 특별한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며, 과학적 절차와 시료채취, 핵검식 등 일반적인 검증방법을 원한다”며 “러시아도 북한에 그들이 잘못 대우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북쪽의 이런 주장은 지난 10월 평양협의 때 합의했다고 미국 쪽이 밝힌 내용을 사실상 부인한 것이서 북쪽이 11일 협의 과정에서도 같은 자세를 취한다면 합의 가능성은 낮다. 김 본부장도 “지금 같아선 중국이 수정안을 작성하기가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막판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2003년 이후 지금까지 6자 회담의 협상 패턴에 비춰볼 때, 막판 극적 반전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게 회담장 주변의 관측이다.
북쪽은 “10월 북-미 평양합의에서 명확한 것은 문서로 된 것이고 나머지는 나중에 (신뢰가 조성되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김 본부장이 전했다. 그는 “미-북 간 (지난 10월) 토의와 관련한 공동의 이해사항을 해석하는 데 시각의 편차가 있었다고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오늘(10일) 토의 내용을 검토하고 본국(정부)과 협의하는 시간을 보낸 뒤 내일(11일) 일정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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