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국가재정 운영계획 당정협의에서 박홍수 농림부 장관(가운데)과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이 나란히 물을 마시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11일 경제분야를 끝으로, 앞으로 5년 동안의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논의하는 세 차례의 당정협의를 모두 마쳤다. 복지 및 국방 분야의 예산 지출을 9∼10% 수준으로 크게 늘리되, 사회기반시설(SOC) 투자는 2% 이하로 억제하는 게 핵심이다. ‘성장’보다는 ‘분배’를 중시하는 현정부의 철학이 담긴 셈이다. 당정의 이런 재정운용 계획은 과거 사회기반시설 부분 예산 증가율이 10%대를 유지하던 것에 견주면 뚜렷한 기조의 변화다. 이번 당정협의를 주도한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금은 우리 경제가 개발연대의 성장구조에서 선진국형 복지구조로 이행하는 과정”이라며 “이런 흐름은 피할 수 없고, 바람직하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방 분야 예산비율을 늘리기로 한 대목은 참여정부 국방정책의 핵심인 ‘협력적 자주국방론’과 맥이 닿아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정부가 계획한 연 9%대 국방분야 증가율보다 더 높은 10% 수준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예산은 전체 재정지출 분야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유지할 전망이다. 당정은 그 이유를 ‘양극화 현상 치유’와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강 수석부의장은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은 2004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인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는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당에선 정부가 밝힌 9.3%보다 더 높여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성장의 잠재력 확충을 위한 연구·개발 예산 역시 9%대를 유지하고 있다. %%990002%%그러나 당정의 이런 기조를 놓고 “복지와 국방에 치중하면서 성장을 훼손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이 더뎌져 경제가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사회기반시설 투자 등 시장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시장에 맡기고, 그 여유자금을 복지와 국방 쪽으로 돌리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정부 부처와의 오랜 협의를 통해 이런 기조의 틀을 잡은 바 있다. 국가재정 운용계획은 5년 단위의 재정 운용계획으로, 향후 나라 살림살이의 청사진에 해당한다. 정부는 해마다 예산안을 편성할 때 이를 토대로 분야별, 사업별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 원혜영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번 당정협의는 정부에 대해 여당이 정책적으로 권고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최종안은 오는 9월께 확정된다. 한편, 강 수석부의장은 사회복지·국방 분야의 재정지출 수요 증가에 맞춰 올해 19.5% 수준인 국민의 조세 부담률을 소폭 높여가기로 당정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당정은 구체적인 조정폭은 정하지 않았으나, 앞으로 5년에 걸쳐 1∼2%포인트 정도 높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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