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발언에 한·미 당국 “의도 없다” 해명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한 위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지도부의 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단 한-미 당국은 뭔가 의도를 띤 발언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클린턴 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언론에 이미 보도된 이외의 어떤 비밀 정보를 얘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도 “기자 질문에 대해 답한 것으로 의도적이거나 준비된 발언은 아니라고 들었다”고 했다.
<뉴욕 타임스>는 “클린턴 장관은 북한의 후계구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비공식적 터부를 깼다”며 “협상에서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는 초보자로서의 실수인지, 지난 8년 동안의 외교적인 교착을 뒤흔드는 새로운 솔직함을 보여준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의도성과 별개로 미국 고위 인사가 공개적으로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해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비상한 관심을 끈다. 미국이 북한 권력 변화에 지대한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고든 두기드 국무부 부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클린턴 장관의 발언을 의미 그대로 두고 싶다”며 “그는 국무부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지도력과 의사결정 과정은 매우 불투명하다. 누가 의사 결정을 하고 있는지도 마찬가지다”라며 “우리는 현지에 어떤 직통라인도 없고 북한에서 나오고 있는 것을 듣고도 제대로 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후계구도를 언급한 데 대해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북-미 협상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으로 북한이 받아들일 경우, 비난 강도가 높지 않거나 아예 침묵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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