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프간 파병 요청
오바마 정부 3달째 ‘입질’…‘재파병 결론’ 유력
2월 비공식타진…4월 한·미 관련인사 연쇄접촉
‘자이툰 부대’ 형식 가능성…여론분열 불가피
오바마 정부 3달째 ‘입질’…‘재파병 결론’ 유력
2월 비공식타진…4월 한·미 관련인사 연쇄접촉
‘자이툰 부대’ 형식 가능성…여론분열 불가피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아프가니스탄에 군인을 보내달라고 요청해 옴에 따라 재파병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이명박 정부로선 풀기 어려운 숙제를 떠안았다.
다음달 16일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이 아프간 재파병 여부에 대한 정부 방침 결정의 ‘1차 마감시한'이 될 전망이다. 그 사이 아프간 재파병 여부를 둘러싼 국내 여론의 찬반 격론과 함께 한-미 당국간 신경전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파병 요청은 뜻밖의 일은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 이전에 발표한 ‘오바마-바이든 플랜'에서 아프간·파키스탄 문제를 1순위로 꼽았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지난달 2일 런던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한테 ‘아프간 지원'을 처음으로 공식 요청했고, 지난달 16일엔 리처드 홀브루크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별대표가 방한해 이 대통령 등 외교안보 분야 고위 인사들을 연쇄 접촉했다. 또, 지난 2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한을 전후해 두차례 남짓 군당국간 창구를 통해 한국 정부가 아프간에 파병할 용의가 있는지 비공식적으로 타진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그동안 아프간 재건 지원 확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왔다. 정부 안에선 그동안 미국이 파병을 정식 요청해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파병하자'는 쪽과 미국의 공식 요청이 있을 때까지는 신중하게 대처하자는 의견이 맞서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여러 사정이 작용해 정부는 지난 1월21~24일 이용준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단장으로 하고 국방부 소속 영관급 장교가 포함된 ‘아프간 실사단'을 파견한 바 있다. 정부는 당시 한국의 아프간 재건 지원 확대 방안과 관련한 ‘3대 검토 기준'을 세웠다. △국제사회 지원 동참 △국민여론과 재정능력 고려 △아프간 지원 활동에 나선 한국민 및 현지 한국 교민의 안전 확보 등이 그것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재파병을 결정하기는 어렵다. 2007년 7월 탈레반의 샘물교회 교인 23명에 대한 인질 사태에서 보듯 한국민의 안전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시 아프간 실사 결과를 토대로 일단은 지방재건팀(PRT) 활동 확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이라크)아르빌에 설치했던 우리 군의 형태가 정확하게 지방재건팀의 형태”라는 이용준 차관보(실사단장)의 당시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민사작전 목적의 이라크 아르빌 주둔 자이툰부대가 ‘정확하게 지방재건팀'이라면, 논리적으론 같은 방식의 아프간 재파병도 가능하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도 지난 2월 비공개 포럼을 열어 여단급 이상 전투부대 위주 파병에서부터 경찰·민간요원 중심의 비군사적 재건 지원 활동 등 다양한 방안의 장단점을 따져보기도 했다. 결국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을 강조해온 이명박 정부의 태도에 견줘, 미국 쪽의 아프간 재파병 요청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익명을 요청한 외교안보 분야 전직 고위 인사는 3일 “2007년 12월 동의·다산부대의 아프간 철수는 한국정부가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한 약속”이라며 “만약 이명박 정부가 아프간 재파병을 결정한다면 이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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