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기구’가 지난 2007년 3월 서울 종로 종각 부근에서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협약 발효를 기념하는 문화제를 열고 있다. 김태형 기자
국내비준 영향은
EU서 요구한 ‘관계정립’ 20조 해석 따라 강제력 차이
“다른 통상협정과 동등” “국제법적 기속력” 의견 갈려
EU서 요구한 ‘관계정립’ 20조 해석 따라 강제력 차이
“다른 통상협정과 동등” “국제법적 기속력” 의견 갈려
‘문화다양성 협약을 우리나라가 비준하면,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제)도 다시 늘어날까?’
한국 문화계의 염원대로 문화다양성협약 비준을 정부가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스크린쿼터 등 문화 정책의 미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단 스크린쿼터 같은 우리 문화상품을 보호 육성하는 발판 하나는 마련됐다는 해석이 많다. 다만, 그 발판이 얼마나 튼튼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문화다양성협약의 위상을 놓고 국제법학자나 통상전문가들은 서로 조금씩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협약에 얽힌 국제 분쟁 판례가 쌓여있지 않으며, 국가별 시각차도 크다. 문화다양성협약 채택을 주도한 유럽연합(EU)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때 상대 국가에게 협약의 비준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협약 채택에 찬성했지만, 파장을 우려해 국내 비준은 미루고 있다. 반면 미국은 문화다양성협약에 반대한다. 따라서 협약의 위상은 이해 당사자 사이의 힘싸움 결과에 따라 유동적일 가능성이 높다. ‘폭발력이 검증되지 않은 폭탄’인 셈이다.
협약의 내용 가운데 핵심을 이루는 것은 다른 국제조약과의 관계를 규정한 20조(‘관계정립’ 조항)이다. 다른 조약과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협약은 단순히 ‘선언’에 그칠 수도 있고, 강제력을 지닌 국제법으로 격상될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한 때 협약의 비준을 추진하되, 20조는 유보조항으로 남겨두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서였다.
우리 정부가 애초 방침을 바꿔 협약 20조를 포함해서 원안 그대로 비준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튼 것은 유럽연합 쪽의 요구에 따라 문화다양성 유지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일각에선 거꾸로 ‘20조’의 법적인 파괴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분쟁 해결을 둘러싼 견해도 분분하다. 협약을 보면, 규정 위반 여부를 두고 분쟁이 생겼을 때 해결방식은 ‘기속력이 없는’ 해당 국가 사이의 조정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분쟁해결기구도 없다. 박덕영 연세대 교수(법학)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해결기구가 문화다양성협약을 고려는 하겠지만 협약이 일정한 우위를 점하는 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화다양성협약이 다른 통상협정의 틀 속에 묻힐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의견도 있다. 자유무역협정 분쟁 기구들의 결정 사례를 보면 문화다양성협약이 국제법으로 유효하게 해석된다는 것이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문화다양성협약과 유사한 ‘바이오 안전성 의정서’나 ‘식량농업 식물 유전 자료협정’과 관련한 세계무역기구의 결정을 보면 문화다양성협약이 적극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다양성협약이 효력있는 국제법의 위상을 갖게 되면, 우리나라 영화, 방송, 미디어, 애니메이션, 언어 분야 뿐 아니라 국내 외국인 등 소수자 문화 관련 예산과 제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문화다양성협약이 국내에서 유효하고 적극적으로 해석되기 위해선 문화계와 관련 단체, 정당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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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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