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한-미 정상회담] 한-미 북핵 대응
북핵실험 등 대결구도로 공고성 손상 반영된 듯
이 대통령 ‘보상틀’ 부정적…오바바 “협상 의지”
북핵실험 등 대결구도로 공고성 손상 반영된 듯
이 대통령 ‘보상틀’ 부정적…오바바 “협상 의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핵문제를 포함한 ‘북한 문제’였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빠져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합의한 ‘한-미 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을 명시하는 것으로 그쳤다. 특히 공동비전에 6자회담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없는 점은 의외라고 할 수 있다. 한·미 등은 최근까지도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2005년 11월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합의한 ‘경주 선언’과 비교해도 알 수 있다. ‘경주 선언’은 북핵 문제가 외교적인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4차 6자회담 성과물인 9·19공동성명을 환영하며, 6자회담을 ‘지역 다자안보협의체’로 발전시키자는 나름의 비전을 제시했다.
한-미 정상이 공동선언에서 6자회담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최소한 재확인하는 표현도 명시하지 않은 사실은 다각도로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일단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4월5일)와 제2차 핵실험(5월25일)으로 이어진 북한의 위기 조성 국면에서 6자회담의 공고성이 상당히 손상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고, 북-미 양자 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의 효용성에 대해 양국 정상이 회의적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전략적 측면에서 보면 좀더 복잡하다. 이 대통령은 <월스트리트 저널> 13일치 인터뷰에서 “과거 방식대로 6자회담을 그대로 갖고 가는 것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해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6자회담이 과거처럼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보상틀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의중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단순히 동맹국인 한국의 처지를 고려해 ‘6자회담’을 명시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달리 보면, 북-미 양자 협상 등 6자회담 이외의 다른 해법에 대한 고민·모색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 말기처럼 ‘행동 대 행동’이라는 단계적 방식 대신, 북-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등 모든 북한 문제를 일괄적으로 타결하려는 구상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동맹국 처지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6자회담은 북-미 협상에 브레이크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의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내놓은 단기적 해법도 빈약했다. 두 정상은 6자회담 관련 5개국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대신 “북한은 이제 과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 대통령)이라는 등의 강경한 수사적 경고가 많았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의지가 있다”며,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또 “한국이 남북관계 협상을 잘 이끌어왔고, 우리는 거기에 대해 지지한다”며, 남북관계의 진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한국 정부에 에둘러 촉구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의 무게중심이 대화에 찍혀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지금은 제재 국면”이라고 잘라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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