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한-미 동맹 공동비전 합의
“아프간 공조 제고” 미 파병 지원 요청 가능성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바탕 통일’ 북 반발 예상
테러·기후변화 등 거의 모든 분야 글로벌 협력
“아프간 공조 제고” 미 파병 지원 요청 가능성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바탕 통일’ 북 반발 예상
테러·기후변화 등 거의 모든 분야 글로벌 협력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한-미 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조지 부시 행정부와 두 차례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합의했던 ‘21세기 한-미 전략적 동맹관계의 방향’을 기본적으로는 계승하고 있다. 그 근본 방향은 동맹을 축으로 한 두 나라 협력관계의 범위를 안보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포괄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한반도를 넘어서 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도록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출범부터 동맹 관계의 ‘복원’과 동맹 중시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당시 가치·신뢰·평화구축의 세 가지 원칙을 한-미 미래동맹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여기서 가치와 신뢰는 민주주의와 인권, 시장경제 등의 공통 기반 위에서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는 것이고, 평화 구축은 한반도 평화를 넘어서 세계 질서 차원에서 동맹의 구실을 확대한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미국의 전임 대통령 부시에게 민주주의와 인권의 확산은 신념이자 외교의 목표였다. 게다가 평화 구축은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 지역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 기여 등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미국이 바라던 바였다.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가 미래동맹 비전에 대한 합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 건 이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번 합의는 아프간에서의 평화유지·안정화·개발원조에서 한-미 공조를 ‘제고'하기로 함으로써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한국의 전임 노무현 정부가 한-미 미래동맹의 방향으로 제시했던 ‘포괄적·호혜적·역동적 관계’와 비교해 보면, 인권 등의 이념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반면에 호혜적이고 대등한 관계는 상대적으로 무시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합의와 관련해 크게 두가지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우선 이번 합의는 가치동맹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공동비전은 개방된 사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공동의 가치를 바탕으로 상호신뢰에 기반해 양자·지역·범세계적인 범주의 포괄적인 전략동맹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아·태지역에서 개방사회와 개방경제가 번영을 창출한다는 믿음 위에 인권, 민주주의, 자유시장, 무역 및 투자 자유화를 증진해 가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군사동맹은 냉전의 유물’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추구하려는 ‘가치동맹’이 뭘 겨냥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다시 중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인권, 종교의 자유 등을 전면에 내세워 중국과 갈등을 빚어왔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협력에 치중한 기존의 전략대화를 넘어서 외교안보까지 아우르는 ‘전략·경제대화’로 격상시키기로 하는 등 중국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
둘째로, 북한의 2차 핵실험 등 최근의 정세를 고려해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 억지’를 명문화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존중을 포함해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노무현 정부 때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합의했던 6자회담에서의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안보 등 새로운 질서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번 합의가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한-미 동맹의 ‘미래비전’이 아니라 한-미 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으로, 명칭에서 ‘미래’가 빠진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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