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 동안 국가재정을 어떤 방향으로 운용할 것인지를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립이 불붙고 있다. 여야는 24일부터 시작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본격적인 논쟁을 시작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국가 재정투자의 ‘청사진’에 해당한다. 분야별, 사업별 재원배분의 우선순위도 여기서 가닥이 잡힌다. 여야가 중장기 재정운용안을 놓고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는 일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다.
여야간 논란의 핵심은 복지·국방 분야 예산을 어느 수준에서 배분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복지예산을 5년간 연평균 9.3%, 국방예산은 9∼10%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채수찬 열린우리당 의원은 “경제구조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사회안전망 확보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선 복지분야 지출을 늘려야 한다”며 “선진국은 국민총생산 대비 복지비 지출이 20∼40%인데 우리는 아직 4∼5%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협력적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해 국방비 증액도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복지·국방 분야 예산 증가율을 전체 예산의 평균 증가율인 6%대로 묶자고 주장한다. 안경률 한나라당 의원은 “복지예산을 급격히 늘릴 게 아니라,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에 맞춰 자연스럽게 확대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국민 1인당 연평균 소득이 3만달러 수준에 이르지만 우리는 1만2천달러에 불과하므로, 복지 목표를 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에 맞추는 것은 무리”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다만,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대목에선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정보기술(IT) 기업 창업, 청년실업 해소, 연구·개발 투자 지원을 대폭 늘려 성장 잠재력 확충에 재원배분의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도 이 분야의 예산 증가율을 복지분야와 맞먹는 연 평균 9.1%로 잡았다.
한편, 여야는 이날 오전 시작된 회의에서 지난 1일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 각 부 장관 등이 모인 ‘국가재원배분회의’의 회의록 공개 여부를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 한 차례 정회한 뒤 오후 늦게서야 정부 보고를 받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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