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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미, 한국이 ‘북-미대화 견제’ 판단

등록 2009-09-24 13:48

‘MB 북핵 일괄타결안’에 미국 냉담
미 “그의 정책이고 발언” “너무 나갔다” 싸늘
“핵 해법 문턱 높여 북미협상 발목잡나” 시선
이명박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북한 핵문제 해법으로 제안한 이른바 ‘일괄타결’(그랜드 바겐) 방안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이 냉담하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가 ‘찰떡 동맹’이라 자랑해온 한-미 간에 북핵 해법을 둘러싼 이견까지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일괄타결 방안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이 대통령)의 정책이고, 그의 발언이기 때문에 내가 논평할 일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미국의 정책과 같지 않다’는 취지의 선긋기로 볼 여지가 있다.

미국 정부의 공식 방침을 밝히는 국무부 대변인이 공식 브리핑에서 동맹국 최고지도자의 발언에 대해 “그(이 대통령)의 정책이고 그의 발언”이라며,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 답변한 것은 ‘외교적 결례’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외교안보 분야의 전직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한국 정부에 불쾌해하거나 당혹스러워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미 간 이상징후는 이뿐만이 아니다. 커트 캠벨 국무부 차관보도 지난 21일(현지시각) 한-미 외교장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솔직히 말하면 (일괄타결 방안을) 잘 모르고 있다”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그런 얘기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3일 “주한 미국대사관 쪽에 설명을 했는데, 캠벨 차관보가 일본 출장 중이어서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유야 어쨌든 북핵 문제의 미국 쪽 최고 실무 책임자가 양국 외교장관 회담 직후에도 한국 대통령의 중대 발표 내용을 모른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사실 자체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22일 <뉴욕 타임스>의 관련 보도를 보면, 미 행정부 인사들의 이런 반응이 단순히 정보 부족이나 사전 조율 미흡 탓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뉴욕 타임스>는 북핵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려 하는 일괄타결 구상은 “너무 나간 것”(far-fetched)처럼 보인다는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전하며, 이 대통령의 제안이 미국 정부를 놀라게 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왜 이 대통령이 방미중인데도 이렇게 이례적이고 냉담한 논평을 연발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미국 정부의 북-미 양자대화 방침에 대해, 최근 한국 정부가 ‘속도 조절’을 주문하며 불편한 속내를 다양한 방식으로 내비친 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교도통신>,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6자회담 참가국의 개별 행동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공동행동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에 대북 압박 공조를 주문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북한과 양자대화 방침을 밝힌 미국을 향한 견제구로 볼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같은 날 “북-미 대화가 열릴 경우 ‘상응하는 대가’와 ‘인센티브’를 북한 쪽에 분명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겠다”며 북한과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도 지난 18일 공개 강연에서 “북한의 목표는 적화통일이고 그런 수단으로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라는 등 냉전시대 ‘반공 연설’을 방불케 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방미 직전 유 장관의 이 연설을 적지 않은 언론이 ‘미국의 북-미 양자대화 견제 메시지’로 해석했다. 실제 한국은 21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조심스런’ 북-미 양자대화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의 ‘일괄타결’ 방안은 북핵 해결 과정의 거의 마지막 단계인 사용후 연료봉이나 추출 플루토늄의 국외 반출 때가 돼서야 북한에 상응 조처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북핵 해법의 진입 문턱을 크게 높여 북-미 양자대화에 나서는 미국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는 까닭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미국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외교를 하는데, 한국은 정치를 하고 있다”며 “한-미 간 이견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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