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두 정상 만남 안팎
9일 한-일 정상회담과 이어진 부부 오찬 등에서 두 정상은 서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를 연발하며 새로운 한-일 관계에 대한 기대와 의지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6월 하토야마 당시 일본 민주당 대표가 방한했을 때와 지난달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양자회담을 한 데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는 이날 오전 하토야마 총리 부부가 청와대 본관 앞에 도착하자 밝은 표정으로 맞고 기념촬영을 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방명록에 자신이 강조해온 정신인 ‘우애’를 적어 한국과의 우의를 깊게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한류 팬’으로 알려진 부인 미유키는 김씨에게 태극 문양으로 꾸민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어진 정상회담과 오찬 등에서 두 정상은 현안 말고도 한국 문화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각별한 친밀감을 보였다. 하토야마 총리는 회담에서 최근 일본에서 열린 ‘한-일 축제 한마당’ 행사를 언급하며 “아내도 젊지는 않지만 축제에 참가해 상당히 좋은 경험을 했다고 흥분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그것이 바로 문화 교류다. 미유키 여사도 1년은 걸려야 할 문화교류를 3주 만에 한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에 하토야마 총리는 “한국 영화배우가 멋있기 때문”이라고 농담으로 응수했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오찬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정상외교 행사에 처음으로 막걸리가 건배주로 올랐다. 하토야마 총리 부부는 중간에 와인이 제공되자 “막걸리로 계속하겠다”며 와인을 물리쳤다. 하토야마 총리 부부는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차례로 맛보며 “맛있다”고 했다.
오찬에 앞서 하토야마 총리는 “며칠 전 이승엽 선수(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만났는데 이 대통령에게 선물을 전해 달라고 부탁하더라”며, 이 선수가 ‘이 대통령께’라고 쓴 흰색 유니폼을 전달했다.
두 정상이 양자회담을 하는 동안 부인들은 서울 종로구 한국전통음식연구소를 방문해 맨손으로 김치를 담그는 체험을 하며 친분을 다지기도 했다. 하토야마 총리 부부는 오찬을 마친 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안내를 받아 인사동길을 산책하며 시민들과 사진도 찍고 넥타이 등 기념품도 샀다. 유 장관은 ‘욘사마’ 배용준씨 얘기가 화제로 나오자 “저는 20년 전의 욘사마”라고 말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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